‘5.24조치 해제 검토’에 발끈한 트럼프... 그는 과연 통일을 원할까?
‘5.24조치 해제 검토’에 발끈한 트럼프... 그는 과연 통일을 원할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0.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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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북한을 대하는 한국과 미국의 태도가 엇갈린다. 통일 당사자인 남과 북이 주도권을 쥐고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북한을 향한 압박 공세를 완화할 기미를 보이면서 미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남과 북의 연합 못지않게 주변국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주요한 과제로 던져졌다.

10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여야 의원은 미국과 엇박자를 내는 정부의 대북 기조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먼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군사합의서(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의 내용)와 관련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력한 불만을 표출했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그렇다. 해당 내용에 대한 충분한 브리핑을 받지 못한 상황에 대한 여러 질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강력히 항의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욕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이날 강 장관은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발언에 야당은 “주무부처도 아닌 외교부가 왜 해당 사안을 검토하느냐”며 크게 반발했고, 이에 강 장관은 “‘관계부처가 검토 중’인 것을 ‘관계부처와 검토 중’으로 잘못 답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발언에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반발도 이어졌다. 강 장관의 발언을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기자들에게 “그들(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5·24조치 해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미국에 있다는 식의 자세를 취했다. 이는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의 새 질서는 곧 동북아의 새 질서”라며 “이 과정을 우리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속국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과연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터져 나온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반도 통일을 얼마나 원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한반도의 통일이 미국의 이익에 크게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평화통일방안을 연구하는 이종기 교수는 책 『한민족 국가의 자주 평화통일론』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손해가 크다”며 “사실 대한민국을 빼고 주변 4대 강국 아무도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 큰 이유는 한반도가 통일로 최대 무기 수출국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10년간 한국은 전 세계 무기 수입 10위, 미국 무기 수입 1위 국가에 올랐다”며 통일 후에는 무기 수입이 현재의 10%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그는 “(통일이 되면) 한반도를 전략 요충지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며 “통일 후 주한 미군이 철수·감축한다면 동북아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감시 주축이 일본 오키나와까지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통일 한국이 친(親) 중국 노선을 걸을 경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중국도 통일로 이득을 얻기는 힘든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립된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으면서 북한의 노동력을 가져다 쓰고, 북한에 매장된 방대한 양의 지하자원의 개발권을 취득해 이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항공기·우주선·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마그네슘의 원료인 마그네사이트를 비롯해 북한 내 존재하는 200여 종의 광물자원 채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역사·영토 분쟁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일 한국이 탄생하면 한중 접경 지역에서 중국이 벌이고 있는 이른바 ‘동북공정’(고구려·발해 역사를 중국에 편입하려는 프로젝트)으로 인한 갈등이 커질 것을 염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는 한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호령했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변국 상황에 큰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통일 이후 동북아 균형이 미국으로 넘어갈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꺼리는 모습이다. 이 교수는 “러시아가 아직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지만, 북한이 궁지에 몰리면 언제든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국가”라며 “(한반도 통일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도 문제다. 이 교수는 “일본은 역사상 틈만 나면 한반도에 군사진출을 꿈꿨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 모두 사과해도 일본만은 그렇지 않고 과거를 추종하고 있다”며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미국을 거들어주면서 미국의 대리인 자격으로 한반도를 움켜쥐려 하는 상황에서 통일 한국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남·북이 주축이 돼 통일의 문을 열어야 하지만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주변국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관계국의 서로 다른 셈법으로 통일은 풀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 그 어느 때보다 통일의 문턱에 가까이 다다른 지금, 남북의 하나 됨과 동시에 주변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묘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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