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원, ‘도덕성’ vs ‘성추행 피해’… 무엇이 우선인가?
양예원, ‘도덕성’ vs ‘성추행 피해’… 무엇이 우선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0.11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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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3년 전 피팅모델 활동 중 성추행을 동반한 사진 촬영과 사진유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유튜버 양예원 씨가 지난달에 이어 법정에 섰다. 양 씨가 재판에 참석한 것만으로 양예원이라는 이름이 네이버’, ‘다음등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고,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지난달과 다르지 않았다. 양 씨가 주장하는 성추행 피해는 언급되지 않고, 양 씨를 부도덕한 사람으로만 모는 인신공격성 비하 발언들이 쏟아졌다.

양 씨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 심리로 열린 최 모(45) 씨의 강제추행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동의촬영물 유포 혐의 사건 제2회 공판기일에 나와 피해자 증인 신문에 임했다. 최 모 씨는 양 씨를 촬영한 사진작가를 모집했다고 알려졌다.

최 모 씨는 이번 공판에서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사진 유출 혐의에 대해 인정했으나 성추행은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재판은 성추행 혐의의 유일한 증거인 양 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따지는 일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양 씨는 지난 2015829일 비공개 촬영 당시 최 씨로부터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당했다사진을 클로즈업하겠다며 직접 가까이 와 의상을 고쳐주는 척 중요 부위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씨 측에서는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양 씨가 첫 조사 때 촬영횟수를 5회라고 말했지만, 16회로 밝혀진 점, 추행이 있었다고 주장한 날 이후에도 먼저 촬영을 요청한 점, 양 씨가 봤다고 주장한 주먹만 한 자물쇠를 실제로는 본 적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양 씨는 촬영 횟수에 대해 내가 가진 계약서가 5이라며 계약서 숫자를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행이 있었다고 주장한 날 후에도 자발적으로 촬영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복학을 앞두고 학비가 필요하던 시점에 아르바이트를 12시간 이상 해도 돈이 충당되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부탁했다고 해명했다.

판사가 마지막으로 할 말을 묻자 양 씨는 지금도 25살인데 저는 여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해야 할 만큼 전 국민에게 양예원은 살인자다, 거짓말쟁이다, 창녀다이런 얘기를 듣는다앞으로 대단한 것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제1회 공판기일에서도 양 씨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다. 이때 양 씨는 취재진 앞에서 많이 답답하고 힘들고 무서웠다괜히 말했나, 괜히 문제를 제기했나 하는 후회도 했지만 힘들다고 여기서 놔버리면 오해가 풀리지 않을 것이고 저 사람들(피고인) 처벌도 안 받고 끝나는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잘 이겨내려고 버티고 또 버텼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서는 양 씨를 비난하는 댓글 일색이다. 주로 양예원이 살인자라는 댓글이 많다. ‘살인자라고 함은, 지난 7월 양 씨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을 예정이던 스튜디오 실장이 억울하다, 경찰도 언론도 그쪽 이야기만 듣는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돈 벌려고 자발적으로 연락을 해 촬영에 임했으니 양예원의 행동이 마땅히 비난받을 일이며, 더욱이 이로 인해 사람이 죽었으니 천벌 받을 인간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댓글에는 양예원이라는 단어와 함께 부도덕’ ‘창녀’ ‘성매매’ ‘더러운같은 단어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인 단어가 언급된다.

그러나 스튜디오 실장 자살 이후 정작, 양예원이 주장하는 성추행 피해는 댓글에 없다. 양예원이 유튜브 비글커플계정에 동영상을 올렸을 때 주장한 피해 사실은 애초에 성추행 피해였다. 그러나 지금 이 본질이 사라져버렸다. 한 여성이 주장하는 성추행 피해가 일부가 주장하는 해당 여성의 부도덕성으로 덮여 버린 것이다. 대다수의 논리대로라면, ‘양예원이 자발적으로 촬영에 임했고, 스튜디오 실장이 자살했으니 양예원의 성추행 피해는 거짓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논리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성추행은 성추행대로, 부도덕성은 부도덕성대로 따로 나뉘어 다뤄져야 한다성추행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적어도 개인의 부도덕성만큼 지탄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뇌 과학자이자 의학박사 나카노 노부코는 그의 책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에서 집단 괴롭힘은 대개 잘못한 사람을 바로잡으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상대가 잘못했기 때문에 제재하는 게 당연하고 거기서 자신은 옳은 일을 했다는 쾌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나카노는 인터넷 악플이 대표적인 예라며 공동체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니 공격해도 괜찮다고 착각해 마치 정의의 사도가 된 기분으로 온갖 악담을 퍼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돼 보복을 당할 위험이 적기 때문에 더욱 과격한 말을 사용한다. 집단적인 인터넷 악플이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라면, 일견 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카노는 집단의 일원이 되면 사고력이 떨어지고, 이성적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쉽다설령 집단 내 한 사람이 이성적으로 나머지 구성원들을 막아보려고 해도 그들 눈에는 그 사람마저 이질적인 존재로 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설령, 양예원이 부도덕하고, 사회적으로 마땅히 지탄받을 일을 했더라도, 가해자의 성추행 혐의를 덮어버려서는 안 된다. 양 씨의 성폭력 피해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개인의 부도덕성은 명백히, 이와는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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