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남자는 어떤가요?... '결실의 계절' 가을의 함정
당신의 남자는 어떤가요?... '결실의 계절' 가을의 함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0.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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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가을은 고독한 남자의 계절이라 불린다. 제법 한기를 띤 가을 공기가 체내에서 호르몬 변화를 이루면서 고독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생을 다하고 떨어지는 낙엽은 시각적 자극을 더하면서 남자의 마음을 더욱 침울하게 만든다.

그간 많은 문인은 ‘가을’을 두고 ‘고독’을 노래했다. 현대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불리는 이태준(1904년~미상) 작가는 수필집 『무서록』 중 「고독」편에서 “지금 내 옆에는 세 사람이 잔다. 안해(아내)와 두 아기다.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앉았는가? 자는 안해를 깨워볼까 자는 아기들을 깨워볼까, 이들을 깨우기만 하면 이 외로움은 물러갈 것인가? 안해와 아기가 옆에 있되 멀리 친구들 생각하는 것도 인생의 외로움이요, 오래 그리던 친구를 만났으되 그 친구가 도리어 귀찮음도 인생의 외로움일 것이다”라고 가을밤의 고독을 표현했다. 윤동주(1917~1945년) 시인 역시 시 「달을 쏘다」에서 “귀뚜라미 울음에도 수줍어지는 코스모스 앞에 그윽이 서서 닥터 빌링스의 동상 그림자처럼 슬퍼지면 그만이다. 가을이 원망스럽고 달이 미워진다. 더듬어 돌을 찾아 달을 향해 죽어라고 팔매질을 했다”며 가을의 고독을 묘사했다.

가을에는 감정변화가 크게 일면서 예민해지기 쉽고, 가라앉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는 우리 뇌 속 시상하부에 위치한 생체 시계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기적인 신체 리듬을 담당하는 생체 시계는 일조량에 큰 영향을 받는데, 가을에는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멜라토닌(생체리듬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가을에 졸음이 많이 오고 의욕이 떨어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세로토닌(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 역시 일조량의 영향을 받는다. 일조량이 강할수록 체내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되는데 이 때문에 일조량이 줄어들면 감정조절이 어려워지면서 고독·우울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책 『Dr. 우의 우울증 카운슬링』에서는 “햇볕이 부족한 가을에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 계절성 우울증이 오기 쉽다”며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달리 잠이 쏟아지고 식욕이 늘어 초콜릿처럼 단 것이 당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한다.

가을철 기분이 싱숭생숭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이른바 ‘가을을 타는’ 증상은 남성에게서 두르러지게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을 타는 남자의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상승정지증후군’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상승정지증후군’이란 더 이상 성취해야할 목표가 없거나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순간 심리적으로 허무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때 더 이상 오를 곳이 없거나, 자신이 남들보다 크게 뒤쳐진다고 생각될 때 허탈·공허감이 찾아온다. 보통 여성보다 성취욕이 강한 남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가을을 타면서 방황하는 남성에게 전문가들은 “뭔가 큰일을 이룰 때에만 행복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작은 일에서 느끼는 성취에서 자존감을 얻으면 개인의 능력도 점점 좋아진다”고 충고한다. 또 “(인생의) 정상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은 불행하기 마련”이라며 “오르는 그 자체에서 의미와 만족감을 누리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큰 성과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잘 알려진 이효석 작가(1907∼1942년)는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에서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고 적었다. 각자의 삶에서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일으키는 소소한 가치를 찾아 ‘고독한 가을’이 아닌 ‘낭만적인 가을’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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