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최근 ‘명당’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고, ‘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는 그의 책 『자리의 지리학』에서 인문학적으로 또는 사회과학적으로 ‘자리’를 해석한다.
자리는 사람들이 만든 상징이 투영되는 곳이다. 사람들은 일정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상징을 만든다. 사진은 명당에 자리 잡은 어느 선산의 모습이다. 죽은 자의 자리에도 순위를 정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순서는 우리가 바라보는 쪽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이 바라보는 쪽이 기준이다.
강자의 자리를 잡은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무리를 본능적으로 감시하려 든다. 권력자는 미셸 푸코의 감옥처럼 가장 완벽한 감시체계를 만들어 놓고 싶어 한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그 주위를 이어 주는 사통팔달의 방사상 도로는 지배 권력의 자리를 공간에 표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파리에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의 도로가 방사상으로 펼쳐져 있다.
자리에는 갈등이 담겨있기도 한다. 밀양 송전탑의 자리는 단순히 주민과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는 정치·경제학적 논리가 숨어 있다. 송전탑이 세워지는 자리는 사람들이 적거나 농산어촌의 주민이 사는 곳이다. 이곳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이 없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자리다.
오른쪽은 저자가 충남 무창포에서 만난 길고양이, 왼쪽은 허은경 한겨레 사진마을 열린작가가 스페인에서 만난 길고양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야성의 본능을 가진 고양이를 원치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길들여진 고양이를 원한다. 길들여진 고양이는 주인의 보호 아래 살면서 주인의 욕망을 충족해주는 존재다. 종속 동물인 고양이가 주인 행세하는 순간 그는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자리의 지리학』
이경한 지음|푸른길 펴냄|178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