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 여성이기에 겪는 고충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 여성이기에 겪는 고충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0.03 08:50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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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
[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교통사고 현장에 있던 여성 경찰(여경)들이 적절한 현장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성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찰공무원 지망생이 주로 찾는 온라인 카페 경찰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는 여경들의 실체입니다라는 글이 올랐다. 글쓴이는 “(교통사고) 현장에 여경 4명이 출동했는데 어떡해 어떡해라고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고 결국 구경 중이던 아저씨 혼자서 구출 중이라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라고 적었다. 사진 속에는 민간인 남성 2명이 각각 넘어진 차량에 오르고 차 문을 잡아주며 부상자 구출을 시도하고 여경 4명은 주위에서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 담겨 논란을 키웠다. 사고는 28일 오후 부산 연산로터리 인근에서 신호를 위반한 라보 차량(전복된 차량)이 포터 차량을 들이받아 벌어진 교통사고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은 보배드림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고 “(여경은) 세금 낭비다” “여경 체력검사 엄격하게 해야 한다. 여자랍시고 봐주니까 저런 꼴 나는 것” “시민이 구하고 있고 경찰이 차 문 잡고 있던 게 정상인가” “한명밖에 못 올라가면 경찰이 올라가서 구해야지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부산 경찰은 여경들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당시 사고 지점 인근에서 교통통제 중이던 여경 4명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남성 시민 2명이 차 안에 갇힌 운전자를 구출하고 있었고 차량 위에 사람이 더 올라갈 공간이 없어 시민에게 운전자를 끌어올려 달라고 했다는 해명이었다. 부산 경찰은 출동한 여경들은 견인 차량을 부르고 부상자를 119에 인계하는 등 사고처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여경의 대처를 두고 거센 논쟁이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최근 불어 닥친 페미니즘 열풍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여성의 권리투쟁을 마뜩잖게 여기는 이들의 이른바 백래쉬(Backlash·반격)라는 것이다. 특히 2018년도 3차 순경 공채에서 여경 선발 비율을 25%이상 높이겠다는 정부의 채용 방침이 발표되면서 올 하반기 순경 선발인원 3,000명 중 최소 750명의 몫이 여성에게 돌아간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이 터져 나왔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와중에 여경 채용인력을 늘린다고요?” “도대체 여경 존재 의의가 뭔가요등의 글이 올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산 여경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여경 4명이 간단한 교통사고 하나 처리 못 하는데 테러나 큰 사고 처리를 여경들이 할 수 있을까요라는 내용이 올랐다. 지난해 말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경찰 2만명 증원 계획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여경 비율을 15%(지난 3 기준 10.9%)까지 끌어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1일에는 울산지방경찰청이 소속 경찰서와 지구대를 대상으로 업무 시간 외 이성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연락을 금지하는 '퇴근 후 이성 하급자에 대한 사적 연락 금지법'을 시행한다고 밝혀 여경에 대한 논란을 이어갔다. 해당 조치에 따르면 업무 시간 이후에는 이성 부하 직원에게 안부 문자를 포함한 사적인 연락 일체가 금지된다. 남성 중심 문화에서 여경을 배려하려는 조치이지만 오히려 조직 내에서 여경의 소외를 부추기고 대하기 까다로운 존재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경을 대하는 사회의 차별 섞인 시선에 대해 14년 차 경찰관 장신모()씨는 책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에서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여경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살았다. 무엇을 하든, 어떤 말을 하든 내가 여경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왜 굳이 여경이라서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살았던 걸까? 14년째 여경으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경이라고 해서 편한 보직에만 배치되면서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여경도 각종 시위 진압 현장에 투입돼 밤낮없이 며칠씩 시위자와 맞서면서 폭력사태를 겪고 인분을 맞는 등의 모멸감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새벽 출동과 야간 대기 등 하루하루가 예측 불허인 경찰의 삶을 남경과 동일하게 경험하는데 결혼 후 두 딸을 둔 저자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집안일은 남편에게 아이들은 부모님께 맡기면서 죄책감이란 큰 짐도 짊어져야 했다. 또 주취자의 단골 성희롱 대상이 되는 것도, 누군가의 여자랑 말이 안 통하네. 남자 경찰관으로 바꿔라는 횡포도 감내해야 했다.

각종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도 존재 자체로 인정받기 위해 오늘도 13,000여명 여경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턱대고 남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여경의 물리적 힘의 한계를 탓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경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정부는 무작정 여경 인력 확충을 강행해 분열을 낳기보다는 대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설득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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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수 2018-10-03 11:38:20
제목만봐도 기자가 여자일줄 알았다.이성적 사고가 안되면 기자를 관두는것도 생각해보세요

기렉똥 2018-10-03 11:37:16
이럴때는 또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으로 봐달라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용할때는 여경으로서 여경 비율 높여달라고 말하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여경은 체력 쓸 일이 적으니 체력검사할 필요 없지 않겠냐며 성평등정책관이 직접 여경 구분까지 해놨는데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고있네 2018-10-04 00:52:37
원래 헛소리가 구구절절 긴 법이다. 제목부터 구린내가 나더니 역시 ㅋ 무쓸모 치안조무사 덕에 세금 내고 거지같은 치안서비스 받네.

흠, 2018-10-03 20:46:58
어째뜬 정말 열심히 하고 발로 뛰는 여경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것을 보고 체력시험기준을 높이는게 아니라 인원을 더 뽑겠다는 것은 정말 세금낭비일 것이 분명합니다.

리키 2018-10-03 11:39:56
경찰 시험 조건합격자-경찰 ,여경 시험 합격자-여경 또는 치안조무사 또는 오또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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