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오늘도 출근하십니까?”… 발걸음 무거운 출근길
“무엇을 위해 오늘도 출근하십니까?”… 발걸음 무거운 출근길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0.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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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매일 아침 8시경 종각역 2번 출구에는 높은 계단을 오르는 직장인 무리가 이어진다. 표정이 밝은 사람은 거의 없다. 발걸음이 무겁고 질질 끄는 것 같아 누군가는 이들을 ‘좀비 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종각의 한 통신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35)는 출근길이 괴롭다.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 들어간 후 처음 몇 년은 좋았다. 그러나 1년 전부터 자신이 ‘회사와 맞지 않는 톱니바퀴’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퇴근할 때까지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만 하며 매일같이 동료와 치열한 경쟁을 한다”며 “돈은 또래 친구들보다 많이 받는 것 같지만, 요즘은 덜 받더라도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광화문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B씨(36)는 다른 이유로 출근길이 괴롭다. 적성을 찾아서 출판업계에서 일을 하지만, 곧 초등학생이 되는 딸을 생각하면 급여가 너무 적다. 건물 경비업체에서 일하는 C씨(31)는 요즘 부쩍 건강이 나빠져 같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주야비’(주간·야간·비번) 교대근무라 그런지 스트레스를 받아 최근 간수치가 높아졌으며, 쉴 때도 정신이 몽롱하다고 느낀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한 진로 선택 가이드’라는 부재를 달고 출간된 책 『나는 무엇을 위해 출근하는가』의 저자 김소현 HPC컨설팅 대표는 “흔히들 ‘일’이라고 하면 어떤 직업을 갖느냐, 어떤 직장에 다니느냐에 관심을 집중할 뿐, 정작 일을 하며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할 기회는 좀처럼 마주하기 어렵다”며 직장을 알아보기 전에 자신의 욕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람이 모두 다르듯 회사도 모두 다르다”며 산업, 업종, 규모별로 어림잡기보다는 자신이 취직하고 싶은 개별 회사를 파악하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체계(▲생존의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의 욕구 ▲인정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현시대에 적용해 각각의 욕구에 맞는 직장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설명했다.   

개개인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학자금 대출 등 각종 빌린 돈을 갚으며 빚에서 도망치는 것이 지상 목표일 수 있다. 아이를 갖고 나니 월세, 교육비, 의료비의 무게를 절감하는 가장도 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렇게 ‘생존의 욕구’가 높다면 직장을 고를 때 ‘충분한 보상’과 ‘고용의 안정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보상 수준은 현재의 임금 수준과 미래의 기대 임금 수준을 모두 따지는 것이 좋다. 이때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질문은 ‘적어도 누구·얼마만큼 임금을 받고 싶은가’이며 ‘누구·얼마’에 해당하는 액수가 자신의 마음속 기준이다. ‘누구·얼마’는 생활비, 다른 회사 다니는 친구, 회사에 대한 나의 기여 등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미래 기대 임금 수준도 따지고, 취직하려는 직장의 전망과 임금 인상 기준을 이와 비교해봐야 한다. 또한 ‘고용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는 해당 회사의 계약 관계 안정성과 고용기간의 지속성을 따져봐야 한다.

‘안전의 욕구’가 강한 사람은 일과 삶이 공존하기를 원한다. 첫째로 ‘업무 환경이 안전한지’를 따져야 한다. 회사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한 적이 있거나, 업무 환경에 신체적·정신적 위험요소가 있다면 피해야 한다. 근로시간 및 근무형태도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번 밤을 새우면 그 여파는 오래 간다. 야간에 일해야 하는 날이 많은 곳이나, 업무량이 과다한 곳은 건강에 좋지 않다. 원할 때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가거나 휴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업무의 시작과 종료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지, 근무방식은 유연한지 역시 ‘안전의 욕구’가 강하다면 따지는 것이 좋다.   

직장의 일원들과 가까운 관계가 되고 싶고, 원만한 회사생활을 하고 싶은 ‘소속의 욕구’가 높다면 해당 회사에 자신과 유사한 전공이나 경력을 가진 사람, 자신과 같은 생활환경에 있는 사람이 많은지, 성과 평가 방식이 동료와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는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혹자는 세속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있으며 이 욕구가 유난히 강한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회사의 네임벨류를 따지고, 타인이 선망하는 직업인지 알아봐야 한다. 또한, 자신이 맡을 직무가 회사에서 핵심적인지, 승급·승진의 가능성이 높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하다면 해당 직장에서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이 원하는 업무 기회가 주어지는지를 따져봐야 하고, 회사에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회사가 적극적으로 사원의 육성을 지원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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