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여성·약자·소수자… 한국은 진보하고 있다”
[대사에게 듣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여성·약자·소수자… 한국은 진보하고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9.30 07: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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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국가수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파견된 수교국가에서 외교교섭은 물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주재국에서 대사는 곧 국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에 대사의 말은 해당 나라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정보로 평가받습니다. <독서신문>은 '2018 책의 해’를 맞아 진행하는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통해 각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사진= 이태구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한국과 뉴질랜드는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은 나라다. 산지가 많은 자연환경만이 아니다. 국민 1인당 무역액이 세계 정상급일 정도로 무역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영국에 식민지배를 당한 역사도 한국과 닮았다.

그 관계 또한 깊다. 뉴질랜드는 한국전쟁 참전국이며, 이후로도 한국과 국방·사회 분야에서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다. 교육·관광 분야의 교류도 활발하다. 유학이나, 여행,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뉴질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한국인 10만여명이 뉴질랜드를 방문했으며, 7,000여명의 학생이 뉴질랜드에서 공부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돼 양국 교역량이 40% 늘었다. 이제 마트에서 뉴질랜드 유제품, 농산물, 가공식품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여성 인권 문제’ ‘사회적 소수자·약자 보호 문제’ ‘양극화 문제등 최근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갈등들을 먼저 경험한 나라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들의 투쟁으로 일궈낸 여권 선진국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여성 참정권이 가장 먼저 보장된 나라이며 각종 조사에서 여성 인권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또한, 세계 어느 곳보다도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국가라고도 할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으며, 고령자 연금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실험적으로도입했다. 2015OECD 조사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사회 취약층은 평균 소득의 40%를 받았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성 소수자(LGBT), 노인, 토착민, 장애인 등을 위한 진보적인 법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돼, 해외토픽에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인구가 우리나라의 10분의 1475만명밖에 되지 않지만, 걸출한 예술가들이 배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영화감독 피터 잭슨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의 촬영지가 뉴질랜드에 있다.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가 두 명. 아동 문학가 마가렛 마히, 단편작가 캐서린 맨스필드, 시인 샘 헌트 등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배울 점이 많은 국가, 뉴질랜드의 필립 터너 대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사는 자신만이 아니라 뉴질랜드의 유명 작가도 소개하고 싶다며,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약속을 잡았다. 기자가 먼저 인사를 하자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마치 한국인처럼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의 태도에서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한국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배려심이 묻어나왔다.

왼쪽부터 뉴질랜드 작가 래이첼 맥알파인과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사진= 이태구 기자]

- <책 읽는 대한민국> ‘대사에게 듣다캠페인의 명사로 선정되셨습니다. <독서신문> 독자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한 뉴질랜드 대사 필립 터너입니다. 올해 4월 서울에 부임하게 됐습니다. 부임하기 전에는 12년을 뉴질랜드 외교부에서, 18년을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유제품 회사 폰테라’(Fonterra)에서 일했습니다. 아마 한국에서도 폰테라의 상표가 붙은, 혹은 뉴질랜드가 원산지인 상품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한국사회를 익히기 위해 노력 중이며, 한국에서 일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 외교부에서 일하다가 유제품 회사로 이직하셨습니다. 경력이 독특한데요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공공기관에서 오랫동안 일하다보니 민간부문에서의 업무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 생활 이후 폰테라를 선택했고, 지금 생각해도 아주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 한국과는 어떤 기회로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첫인상은 어떠셨는지

한국에 대사로서 갈 기회가 생겼고, 마다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미 정부 인사로서, ‘폰테라의 직원으로서 동북아시아 지역인 일본과 중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중국, 한국까지 경험하게 되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삼각형을 그렸습니다. (웃음) 사실 저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저에게 매우 흥미롭습니다한국·중국·일본 삼국의 관계뿐만 아니라 여기 얽힌 세계 여러 국가 간의 역학 관계 때문이지요.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보듯이 한국의 정치문제는 동북아 지역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또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일군 환상적인 문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은 특히 경제적으로 10여년 만에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나라로 성장한 환상적인 케이스입니다. 사회·문화적으로 항상 격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K-Pop과 한국 영화, 한국 문학 등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지요. 이런 모든 것들을 지켜보는 일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 대사께서도 혹시 K-Pop을 좋아하시는지요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웃음) 그런데 그건 단순히 제가 나이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 조카들은 K-Pop을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뉴질랜드에서 K-Pop은 매우 유명하며 특히 젊은 사람들이 K-Pop에 열광합니다.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웃음) 아주 유명한 것은 확실합니다.

[사진= 이태구 기자]

-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삼각형을 그렸다고 하셨는데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의 특색이 있다면

세 나라 모두 특색이 있었지만,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한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는 공부할수록 경탄하게 됩니다.

비교하자면, 한국과 일본은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사회에서 개인에게 강한 사회적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도 비슷했고요. 두 나라 모두 교육 수준도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열정적인 면은 일견 중국과 닮은 것 같습니다. 한국인은 의지가 매우 강하고 열정적입니다. 비유하자면 시위자같습니다. 실제로 거리에 나가면 매일, 매주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열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아 인상 깊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지요.

- 얼마 전이 추석이었습니다. 추석선물을 사려하니 시중에서 뉴질랜드 상품을 꽤 볼 수 있었는데요

뉴질랜드는 청정한 자연이 유명한 만큼 세계적으로 질 좋은 음식과 음료로 유명합니다. 와인과 맥주가 대표적이지요. 또한 과일과 채소, 예를 들면 아보카도와 체리, 키위, 치료제로도 쓰이는 마누카꿀 등이 좋습니다. 특히 뉴질랜드 키위는 세계적으로 유명해 한국의 제주도에서도 재배된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뉴질랜드가 가장 많이 수출하는 유제품, 그리고 소고기와 양고기도 빼놓을 수 없지요.

- 저와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 여행을 꿈꿉니다. 여행자들이 뉴질랜드에서 경험할 만한 것을 추천해주신다면

좋은 곳이 매우 많습니다. 여행자들은 보통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반하고는 합니다. 굉장한 경치를 자랑하는 천연항구와 산, 피오르와 빙하를 볼 수 있는 밀퍼드 사운드를 추천합니다. 또한, 뉴질랜드의 토착민 마오리족의 문화와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도시 로터루아도 좋습니다. 이 도시는 지열 온천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북섬에는 호빗 마을’ ‘호비튼도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이 영화 반지의 제왕호빗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호빗 마을에서 실제로 반지의 제왕호빗을 촬영했습니다.

이 외에도 좋은 곳이 많습니다. 식당으로 치자면, 제 고향 오클랜드도 좋습니다. 오클랜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스카이 타워53층에는 슈가 클럽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뉴질랜드 유명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스카이 타워근처에는 제가 자주 가는 디포트라는 굴 요리 전문점도 있습니다. 오클랜드의 오스트로도 좋습니다. ‘오스트로’ 8층에서는 오클랜드의 멋진 항구를 내려다보며 식사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요리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와 아시아, 유럽의 퓨전 음식도 맛볼 수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웰링턴을 추천합니다.

- ‘뉴질랜드하면 뭔가 자유롭고, 평등한 느낌이 드는데요. 자랑할 만한 뉴질랜드의 문화가 있다면

굳이 하나를 꼽자면, 다양성을 꼽고 싶습니다. 특히 뉴질랜드는 전통적으로 여성 인권이 강한데요. 아직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들이 있지만, 뉴질랜드 국민들은 국가가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찾아내고 보호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는 것에 자랑스러워합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는 여성 참정권이 세계에서 최초로 보장된 곳입니다. 올해가 뉴질랜드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된 지 125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네요. 이렇게 된 데에는 역사적으로 강한 여성 리더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여성 리더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뉴질랜드의 총독과 총리, 여왕. 대법원장 등이 여성입니다.

뉴질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마오리족이 뉴질랜드 땅에 도착한 시기는 대략 900년 전입니다따라서 뉴질랜드는 처음부터 새롭고, 혁신적인 사회구조를 형성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오리족보다 늦게 뉴질랜드 대륙에 온 백인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가 뉴질랜드 국민들이 다른 나라보다 사회적 다양성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뉴질랜드의 이런 다양성 추구는 한국의 현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적 성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봅니다. 뉴질랜드 국민들은 모든 소수자를 포용해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함으로써 뉴질랜드가 더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적인 얘기지만, 저는 뉴질랜드의 포용성에 도움을 받은 사람 중에 한명으로서 25년 전에 동성 결혼했습니다. 한국을 찾은 남성 대사로서는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 최근 한국에서는 여성 인권 문제, 성 소수자 문제로 갈등이 심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과정이 모두에게 하나의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가 지금 세계에서 가장 포용적인 국가가 된 것은 자랑스럽지만, 과거 뉴질랜드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동성 결혼이 불법이었습니다. 지금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양성을 추구하고 소수자를 포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보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한국은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사회·문화적 변화 속도가 더디게 움직였었지만 현재는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습니다. 저는 향후 5년 동안 한국이 어떻게 진보할지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사진= 이태구 기자]

- 영화감독 피터 잭슨, 소설가 캐리 흄 등 뉴질랜드에는 유명한 예술가가 많은데요. 인구가 한국의 10분의 1인 나라에서 어떻게 유명한 예술가가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뉴질랜드 시인 로리스 에드먼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뉴질랜드는 그저 되는대로, 살아지는 대로 사는 곳이 아니다. 당신은 뉴질랜드에서 뭔가를 해야 하며, 뭔가가 돼야 한다. 그저 지켜보거나 있는 그대로 표현해서도 안 된다. 이곳은 행동하는 사람의 나라이며, ‘동사’(Verb)의 본부다.” 저도 이 말에 동감합니다. 예술가가 많이 나오는 비결은 아마 뉴질랜드 국민들이 이 시인의 말처럼 자신의 삶에 주권을 가지고, 선택하며, 활동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또한 뉴질랜드의 교육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이코노미스트>에서 어떤 교육 과정이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교육 과정인가라는 조사를 한 적 있습니다. 뉴질랜드가 여기서 1등을 했습니다. 뉴질랜드 교육 시스템은 창의성, 유연성, 혁신성, 적응력을 기르는 데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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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독서신문> 독자들을 위해 뉴질랜드를 대표할 만한 책 몇 권 추천해주신다면

뉴질랜드에서는 맨부커상 수상자가 두 명 있습니다. 1986년에 맨부커상을 받은 케리 흄의 The bone people을 추천합니다. 다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어느 가족 이야기입니다. 젊은 작가 엘리너 캐턴의 더 루미너리스도 좋습니다. 19세기 뉴질랜드 사람들의 이야기로, 복잡하고 조금 길 수 있지만, 그 표현이나 내용이 비옥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아주 풍부합니다. 이 역시 맨부커상을 받았습니다. 두 작가 모두 여성입니다. 소설가 위티 이히마에라의 웨일 라이더역시 추천합니다. 뉴질랜드 토착민 마오리족의 문화와 전설이 담겨있습니다. 2002년 영화로도 제작돼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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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 Young 2018-10-03 21:14:04
https://www.youtube.com/watch?v=X0qFb6ha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