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아이와 놀아준다면... ‘몸놀이’를 기억하세요
이번 주말 아이와 놀아준다면... ‘몸놀이’를 기억하세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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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아이와 잘 놀아주는 친구 같은 아빠·엄마로 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생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다 집으로 돌아오면 이미 체력은 바닥이 드러났고, 아이는 잠들어있기 마련이다. 간혹 아이가 깨어있는 날이면 미안한 마음에 ‘와락’ 달려들어 한바탕 레슬링을 벌이지만 ‘깔깔’거리며 숨넘어가는 웃음을 짓는 아이의 모습은 많은 부모의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만든다.

맞벌이 직장인 김홍삼(35·남·가명)·홍유나(33·여·가명)씨 부부는 주말을 제외하고 아이의 깨어있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대기업 사내 커플로 만나 4년 전 결혼한 김씨 부부는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같이 길을 나서 밤이 늦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세 살배기 아이 육아는 앞 동 아파트에 사는 김씨 엄마에게 일임했다. 주말이면 키즈카페나 놀이공원을 데리고 가지만 아이와 제대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지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런 부모에게 아이몸발달 전문가 김승언씨는 책 『아이의 모든 것은 몸에서 시작된다』를 통해 “많은 아이가 제왕절개로 태어나 바로 신생아실에 입원하고 산후조리원에서조차 모유 수유할 때만 엄마와 접촉하는 등 우리 사회 육아 문화가 스킨십이 부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현명한 부모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육아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현대사회는 아파트마다 놀이터가 있고 키즈파크, 키즈카페 등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들의 체력은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며 “몸놀이 차이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접촉하는 힘을 느끼며 활동하는 형태의 몸놀이가 면역력, 기초체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1940년대 활동했던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르네 스피츠(Rene Spitz)는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춘 보육원과 교도소 내 재소자 아기를 수용하는 탁아소를 비교한 결과 환경이 좋은 보육원에서 영아 사망률(91명 중 34명이 2살 이전에 사망)이 더 높고 살아남은 아이도 지능·정서 발달이 느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스피츠는 중요한 차이를 발견했는데 바로 ‘접촉의 유무’였다. 교도소 내 탁아소는 비록 시설은 열악했지만, 살이 맞닿는 따듯한 접촉이 이뤄져 아기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던 반면 보육원에서는 병균 감염을 우려해 안아주는 행동을 최소화했던 것이다.

김승언씨는 “몸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며 “사랑을 알고 행복을 느끼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 소통하며 사회성을 키우게 된다”고 말한다. 이어 “몸놀이는 짧게 여러 번보다는 한 번에 30분 이상이 좋은데 사랑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은 포옹 20초 후부터 분비되기 때문에 짧으면 효과가 낮다”고 조언했다. 몸놀이하기 좋은 시간으로는 “잠자기 30분 전에 몸놀이를 하면 아기가 한껏 놀려고 흥분하기보다는 긴장을 풀고 상대의 말과 행동에 더욱 집중한다”고 충고한다. 또 “몸놀이는 서로의 신체 온도를 올리기도 하는데 체온이 1도 상승하면 기초 대사량은 13%, 면역력은 약 30%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강조한다.

몸놀이를 할 때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시도하기 마련인데 이때 부모는 8:2법칙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몸놀이를 80%, 불편한 몸놀이를 20%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뇌에 다양한 자극을 가해 ‘생각 주머니’를 확장하기 위함이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뇌는 엄마 배속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발달하기 때문에 불편한 것, 어려운 것, 낯선 것, 새로운 것, 힘든 것 등을 다양하게 접해야 뇌가 잘 발달하고 치매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몸놀이는 다양한 장점을 지녔지만 의외로 몸놀이를 꺼리는 가정이 많다. 몸놀이 중 아빠가 아이를 울린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김승언씨는 “아이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원하는 대로 하려는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보이는데 보통 엄마는 일부러 져주면서 맞춰준다. 하지만 아빠는 다르다. 본인 자신이 즐거운 놀이로 인식하기 때문에 짓궂은 장난도 치는데 이런 놀이가 아이의 사회성 발달과 자기조절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그는 “친구들과 놀면서 매번 이길 수 없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아빠 놀이를 자주 경험한 아이는 또래 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더 잘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덧붙인다.

이번 주말에는 놀 거리, 볼거리를 잠시 제쳐두고 살을 맞대는 즐거운 몸놀이로 아이와 교감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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