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가을 여행은... 문학 작품 속 그곳
최고의 가을 여행은... 문학 작품 속 그곳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2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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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가을이다.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면서 마음마저 잔잔하게 술렁이는 계절이다. 가을은 전국 산천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치장한 방방곡곡의 산지는 뭇 사람의 마음에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불어넣는다. 차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가을은 ‘허허’ 웃으며 모든 사람을 넉살 좋게 포용하는 반가운 길동무처럼 느껴진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자 독서의 계절로 불린다. 동적인 여행과 정적인 독서의 공존이 의아하게 느껴지면서 누군가는 ‘책 한권 들고 여행을 떠나기 좋은 시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로 자리 잡은 것은 1994년부터이다. 당시 정부는 도서관 및 독서 진흥법을 시행하면서 9월을 ‘독서의 달’로 지정했고 매년 각종 책 읽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독서를 장려하고 있다. 사실 가을은 일 년 중 책이 가장 안 팔리는 시기이다. 봄과 가을은 출판 시장의 비수기로 이 시기에는 출간되는 책의 수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부가 9월을 책의 달로 지정한 것도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도 ‘독서의 계절 가을’의 이유로 꼽힌다.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드는데, 이 때문에 유독 가을에 사색하게 되고 독서로까지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당나라의 대문호 한유는 아들에게 보내는 시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에서 “서늘한 기운이 들녘에 내리니(新凉入郊墟) 등불을 가까이 밝히고(燈火秒可親) 책을 펼칠 만하지 않은가(簡篇可券舒)”라며 가을밤 독서를 권했고, 여기서 가을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의 고사성어 ‘등화가친(燈火可親)’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행과 독서의 계절인 가을, 아직 어디로 떠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올가을에는 문학작품 속 배경지로 책과 함께 떠나보자. 

가을 단풍놀이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는 태백산맥이다. 조정래는 소설 『태백산맥』에서 “골짜기마다 단풍이 흐드러지고 자지러지지 않은 데가 없었지만, 피아골은 특히나 유별났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단풍들 사이에서 핏빛 선연한 그 단풍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고 태백산맥의 한 줄기인 지리산 피아골의 가을 풍경을 묘사했다. 그는 “피아골 단풍이 그리도 핏빛으로 고운 것은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고 했다. 먼 옛날로부터 그 골짜기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렇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며 광복 후부터 6.25 전쟁 휴전 때까지 피로 물든 근현대사를 조명했다. 다만 친 좌익성향의 내용으로 사실 왜곡 논란이 일었는데 조정래는 “작가는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허구이지만 (책에 기술된) 역사적 사실은 모두 진실이다”라고 말했다. 책 내용을 토대로 6.25전쟁을 전후해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른바 ‘빨치산’(조선인민유격대)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여행에 재미를 더한다.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 시대의 참된 선비로 꼽히는 남명 조식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이는 단풍을 봤다고 할 수 없다"며 시 「삼홍시(三紅詩)」를 통해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에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지리산의 아름다운 폭포인 ‘삼홍소’(三紅沼)의 이름도 「삼홍시(三紅詩)」에서 기인했다. 

충청남도 당진 역시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문학 배경지로 꼽힌다. 당진은 독립운동가이자 소설가인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탄생한 곳이다. 해당 소설은 일제 강점기 농촌 계몽운동을 배경으로 민족주의와 저항의식을 고취한 작품으로 이광수의 『흙』과 함께 한국 농촌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심훈이 집필 활동을 했던 ‘필경사’(筆耕舍·충청남도 지정 기념물 107호)는 ‘붓으로 밭을 일군다’는 뜻으로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공개하고 있다. 그 옆에는 심훈의 삶과 작품 활동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심훈 전시관’이 마련돼 있으며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3~4일간 상록문화제를 개최해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있다. 올해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또 근처에는 산세가 험하지 않고 단풍이 아름다운 아미산(해발 349.5m)이 위치해 문학과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가을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며 지적 토양을 강조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즐길 수 있다. 올가을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을 떠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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