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계, 교활한 출판사? or 불쌍한 출판사?
한국 출판계, 교활한 출판사? or 불쌍한 출판사?
  • 관리자
  • 승인 2006.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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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품권, 인형, 연필, 다이어리, 무료통화권, 영화관람권, 컵, 접시, 도시락통, 수건, 약… 요즘 한국의 출판사들이 독자들에게 덤으로 주는 물건들이다. 이들은 책을 팔기위해 수많은 상품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심지어 만 원짜리 책을 사면 만 원짜리 책을 한권 더 주기도 한다. 또한 책 가격보다 훨씬 고가의 경품을 나눠주기도 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어려운 출판계의 당연한 모습인가. 아니면 그들의 교활한 상술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양질의 도서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상품의 눈이 멀어 책을 구입하는 무지한 독자들의 탓인가.’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 말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왜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닐까…
아마도 책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치의 도구가 아닌 인간에게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이자, 인간의 동물적 욕구가 아닌 양질의 지식을 채워주는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도 one +one 시대, 책 한권 사면 책 한권은 덤
유행성 물건 끼워 파는 책도 다수

그러나 이처럼 유익한 정보를 채우고 있어야 할 책들이 요즘 반란을 꾀하고 있다. 양질의 지식보다는 양질의 상품을 끼운 책들이 허다하고, 마케팅 전략이라는 명목아래 책 한권에서 얻는 지식의 값을 내면 같은 가격의 책 한권을 선물로 준다. 물론 개중에는 책의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책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기에 책 속에 첨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은 책의 내용과 전혀 관계없이 그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실(?)한 상품을 증정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으며, 더 나아가 출판사들은 홍보이벤트라는 명목아래 판매시기에 따라 책의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책의 고유한 정보보다는 책을 구입함으로 인해 얻는 부가수익을 더 크게 생각하는 요상한 세태가 요즘 우리 출판계의 변질모습이다.

“책은 책의 내용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렇다면 이와 같은 세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러한 원인을 출판사들의 온당치 못한 판매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양질의 지식이 담긴 책을 찾기 위해 한 달에 적어도 서너 번은 서점에 들른다는 김명섭(가명, 27세, 강남구 역삼동)씨는 “출판사들의 상술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경품 값까지 고스란히 책값으로 지불해야 하는 독자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경품 때문에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으며, 책은 책의 내용으로 승부해야 한다”라고 이야기 한다.                                        

또한 회사원인 박경선(가명, 35세, 경기도 안양시)씨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솔직히 엉뚱한 경품이 책과 함께 포장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책의 가치가 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그런 책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의 다수 독자들은 해당출판사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의 상술을 손가락질 하고 있다.     

도서판매 높이는 보증수표, 경품 등 홍보이벤트 포함된 도서들 잘 팔려

그렇다면 독자들이 이처럼 안 좋게 생각하는 이벤트성 도서들을 굳이 만드는 출판사의 입장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일단 확실히 잘 팔린다. 요즘은 책도 마케팅시대이기 때문에 눈에 띠는 판매전략이 없으면 책 팔기가 힘들다”라고 말한다.

또한 한 출판사의 대표는 “당연히 판매 면에서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전략을 세우지 않겠느냐. 분명 효과가 있으며, 요즘 현실이 그렇다”라고 전했다. 각 출판사들은 실제로 경품이나 홍보이벤트를 통해 도서판매 부분에서 이익을 얻고 있으며, 그들은 분명 그들만의 판매전략으로 효과를 보고 있었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워낙 어렵다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애환은 있다. 한 영세 출판사의 편집장은 “저희 같은 가난한 출판사의 도서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방법은 좋은 경품을 끼워 넣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요즘 나오는 책의 수준은 거의 비슷하잖아요. 그래도 이 정도면 독자들 관심을 끌 수 있겠다 싶었던 책도 워낙  brand power가 약하니까 결국은 관심 밖이더라구요. 그나마 경품을 끼워 파니까 요즘은 좀 관심을 끄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소위 ‘잘 나가는’ 한 출판사의 기획담당자도 “경품 값은 책값과 별도로 책정합니다. 솔직히 출판사도 홍보이벤트를 하면 손해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출판계가 워낙 어려우니 이렇게라도 팔아야지요. 저도 이런 판매 추세가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이런 모습이 요즘 출판계의 현시점이지요”라고 말했다.  

모두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

삶의 지혜이자 마음의 양식인 소중한 책을 이벤트성으로 판매하는 출판사들의 모습은 어떤 부득이한 이유를 대더라도 용서할 길이 없다. 다만, 점점 어려워져가는 출판계 전반의 모습과 그런 모습에 힘을 더하는 무지한 독자들의 무분별한 도서구입 또한 반드시 제고해야 할 문제이다.
온당치 못한 판매전략이 판치는 요즘 출판계의 모습을 보면서 ‘가난할지언정 양질의 정보만을 팔려고 애썼던 옛 진정한 출판인들과, 양서와 악서만큼은 정확히 구분할 수 있었던 옛 애독자들’이 그리울 따름이다.  

                                                                                         방두철 기자

독서신문 1401호 (200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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