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만나고 싶었을까(김재화)
누구 만나고 싶었을까(김재화)
  • 김재화
  • 승인 2008.01.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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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참다운 自省의 추구
누구 만나고 싶었을까
     - 2007년은 이렇게 저물어
                                 
                                        김재화
 

하얀 눈은 명동의 산타 수염위에
어느 산동네 골목 부서진 계단에도
조용히 하늘의 흔적 남겼는데
 

태안의 거친 파도에 밀려 온 검은 재앙의 띠
하얀 눈으로도 가릴 수 없는 그 아픔
해마다 인간의 실수 변명할 길 없으니
 

다만 속죄하듯 허리 굽혀 닦고 또 닦고
스스로는 죄지은 것 없는 사람들이 달려 와
흰색 방제복에 흰 종이 길게 깔고
어찌 그 곳 뿐이랴 정죄할 곳
 

사랑은 뛰어나가야 만난다고 했다
그들은 12월 바다에서 누구 만났을 까
대통령 후보들의 잠깐 기름묻힌 장갑과 악수하고
그리고 누구를 만나고싶었을까
값 비싼 향유라도 있으면 저 바다에 뿌릴 것을
 

해 저물도록 인간의 생각들이 물결치고
다음 날 아침 모래밭은 변해간다
 

말구유 죽은 조개들 대신 반짝이고
산동네 연탄 옆에도 예쁘게 놓여 있었다
화려한 장식의 명동거리, 그 안에서도
볼 사람은 다 보고 지나간다

 
이해와 감상 
몹시도 어지럽던 2007년 연말을 보내는 김재화 시인의 눈에 비친 비통한 우리의 현실속에 어김없이 성탄절은 다가왔다. 어쩌면 시인은 역사의 새로운 증언자로서 그 혜안에 비친 몽매한 인간들의 양태를 예리하게 증언하며 잘못된 세상에다 경종마져 울리는지도 모른다. “다만 속죄하듯 허리 굽혀 닦고 또 닦고/스스로는 죄지은 것 없는 사람들이 달려 와/흰색 방제복에 흰 종이 길게 깔고/어찌 그 곳 뿐이랴 정죄할 곳//사랑은 뛰어나가야 만난다고 했다/그들은 12월 바다에서 누구 만났을 까/대통령 후보들의 잠깐 기름묻힌 장갑과 악수하고/그리고 누구를 만나고싶었을까/값 비싼 향유라도 있으면 저 바다에 뿌릴 것을”(3~4연)하고 자아를 돌아볼줄 모르는 무지를 개탄하는 시인의 애틋한 토로. 이제는 시인 스스로라도 선듯 나서서 문명비평적 새타이어로서 마비된 감각들을 조금이라도 잠깨워주기 위해서이리라. 왜냐하면 오늘의 시인은 삶의 방법을 아름답게 제시했던 독일 시인 캐스트너(kastner, erich 1899~1974))와 같은 ‘영혼의 엔지니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잘못을 신선하게 깨우쳐주고 새로운 길을 펼쳐주는데도 현대시는 존재한다고 본다. 이제 2008년 새해의 김재화 시인의 가슴속에는 밝고 희망찬 해가 뜨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만이 담겨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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