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클럽
붕대 클럽
  • 독서신문
  • 승인 2008.01.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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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곳에 감아주는 새하얀 붕대처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질풍노도의 아이들
▲ 텐도 아라타의 '붕대클럽'     © 독서신문
붕대라는 것은 어떤 이유로 상처를 입었을 때 환부를 감싸주는 의료도구이다. 멋모르는 어린 시절, 자신의 다친 곳을 정성스레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던 엄마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상기하며 자신의 인형이나 장난감이 다쳤을 때 반창고라도 붙여주던 순수한 동심을 누구라도 한번쯤은 겪어보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오는 행동이었지만, 텐도 아라타의 『붕대 클럽』의 아이들은 고등학생이라는 어느 덧 머리가 큰 간판을 달고서는 붕대를 묶어 나간다. 그들이 묶는 붕대는 자신의 마음을 감싸고, 사회의 아픔을 감싸 나간다.

도쿄 외곽 변두리 마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여고생 와라는 이혼한 부모님과 철없는 남동생, 진학 문제로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 사이에서 심란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 시절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병원 옥상에 올라갔다가 환자복 차림에 괴상한 오사카 사투리를 쓰는 소년 디노를 만난다. 디노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와 함께 옥상 난간에 리본 모양으로 묶여 바람에 휘날리는 새하얀 붕대를 남기고는 바람처럼 사라진다.

며칠 후 단짝친구 시오가 남자친구에게서 실연당했단 이야기를 들은 와라는 둘이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공원의 그네에 붕대를 묶어주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붕대 클럽’을 결성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마음의 상처가 남은 장소에 붕대를 감아주고 그 장면을 디카로 찍어 당사자에게 보내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작은 실천은 각박한 일상 속에서 상실감과 우울함에 시달리던 이들을 조금씩 변화시키지만, 이들의 행동이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항의가 날아들면서 점차적으로 위기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손만 대면 깨질듯한 연약한 유리 같은 청소년 시기. 그 시기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슴 속의 상처, 비록 어찌보면 자신만의 아픔일 수도 있겠지만 붕대 클럽의 아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붕대로 감싸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나간다. 비록 자신의 상처는 매우 아팠지만, 그 것을 치료하면서 결국 그 상처의 고통은 자아의 성장통이 되어버린다.

10대를 함께 나눴던 친구들, 그 어떤 마음의 고민들도 이야기하며 서로의 아픔을 위로했던 그 시절이 점점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아련해지는 것이 슬퍼진다. 사회에 물들어가면서 남의 상처를 덮어주던 순수함, 서로 함께 치유해주던 마법의 붕대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어느 덧 삭막해지는 사회 속에서 상처 입고 조금씩 곪아가는 내 마음의 상처에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붕대를 감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그렇게 상처를 감싸 준다면, 조금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이 상처가 다 나아서 순수한 나로써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붕대 클럽
텐도 아라타 지음 /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238쪽 / 9,500원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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