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의 세 번째 만남... ‘하노이 대화’의 교훈이 필요한 때
문재인·김정은의 세 번째 만남... ‘하노이 대화’의 교훈이 필요한 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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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올해 들어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로 평양을 찾았고 복잡한 한반도 현안을 들고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마주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박 3일간 계속될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으로 ▲남북 관계 발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중재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협 종식을 꼽았다. 

남북 관계 개선을 드러내기 위한 분명한 의지를 보이기 위함인지 이번 방문단에는 삼성과 SK·현대·LG 등 국내 4대 그룹을 포함한 경제계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만 하면 막대한 투자금을 북한에 쏟아부을 준비가 됐다는 보여주기 셈법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두 번 이뤄진 남북 정상 간 만남 이후 눈에 띄는 비핵화 조치가 보이지 않으면서 대중의 기대치는 이전만 못 한 상태이며, 이번에도 이벤트성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만남은 통상적으로 실무진에서 대략적인 논의를 마치고 이후 정상이 만나 공식화하는 관례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 때문인지 임 비서실장은 “비핵화 문제는 과거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적이 없다”며 “정상회담에서 굉장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현실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비핵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미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매우 어려운 숙제가 안겨진 것이다. 

북미 회담을 앞두고 미국 재무부는 대북 제재를 어긴 중·러 기업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하며 제재 고삐를 움켜쥐는 모습이다. 또 미 국무부 산하 매체인 VOA를 통해 “남북 관계 발전이 비핵화보다 앞서면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역시 “이번이 (북한의) 마지막 기회”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놀려 든다면 엄청난 고통 속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철도·도로 개선 논의, 민간의 대북 투자 논의 등 갖가지 당근을 손에 들고 북한 회유에 나섰지만, 북한의 원함과 미국의 바람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간 북한의 핵(核)은 미국의 큰 골칫거리였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출간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백악관 안의 트럼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오바마 정부 때부터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검토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뒤 선제타격 검토를 지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 1월 20일 취임 이후 1개월 만에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는 막대한 후폭풍을 우려해 검토 단계에 그쳤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성격에 ‘혹시나’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 학계에서는 현 한반도의 상황이 과거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국주의 경쟁이 치열했던 1900년대에 급성장하던 독일과 이를 견제하려는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이 양분된 상황에서 1914년 6월 28일 세르비아 청년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이 도화선이 돼 전 유럽이 전쟁터로 변한 당시 분위기와 중국이 급부상하고 북한이 화약고로 작용하는 현 한반도 정세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책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미국의 국력 신장 속도가 완만해지고 중국의 국력 신장 속도가 빨라지면 한반도의 평화에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중국·북한·한국은 휴전 협정의 당사국인데 만약 미국과 중국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피해 나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정섭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책 『낙엽이 지기 전에』에서 “1차 세계대전이 주는 교훈은 현재진행형이다. 상대방의 의도를 확신할 수 없는 안보 딜레마 상황에 부닥친 현 한반도 정세는 당시 상황과 유사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민·군 간에 건설적인 대화가 필요하지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비록 그간의 대화 노력이 아직 결실을 맺지 않았지만, 대화가 결실의 전제조건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협박을 하든 회유를 하든 결국 대화를 통해 열매가 맺어지기 때문이다. 1997년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20여년 전 베트남 전쟁을 이끌었던 미국과 베트남의 최고 책임자들이 만나 전쟁의 원인이 된 오해와 편견을 짚어보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국제 관계 전문가 히가시 다이사쿠의 책 『적과의 대화』에 따르면 맥나마라 전 미 국방장관은 ‘하노이 대화’ 마지막 날 “우리는 베트남이 소련과 중국의 앞잡이가 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한 베트남의 통일을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며 “나는 이제야 베트남 역시 소련과 중국에 이용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북베트남 수뇌부는 미국의 평화 제안을 거절했던 것에 대해 “폭탄을 퍼부어 대면서 내민 평화안을 믿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당신(미국)을 믿을 수 있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저자 히가시는 “베트남에 개입한 미국의 경우 본인들 입장에서는 소련과 중국의 손길로부터 인도차이나(베트남 외 5국이 속한 반도)를 지켜줄 은인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베트남인들에게는 프랑스를 몰아냈더니 그 자리에 들어온 외세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이유에서 각 나라는 자신의 역사에만 함몰되지 말고, 상대의 시각에서 자국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열린 자세로 대화에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한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 한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첫걸음이 되는 대화가 진행 중이다. 부디 그 말이 가볍게 휘발되지 않고 무게 있게 쌓여 통일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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