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데이트폭력’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당신도 ‘데이트폭력’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9.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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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일본의 뇌 과학자 나카노 노부코는 그의 책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에서 “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며 사랑을 할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 큰 행복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질투나 배제 감정까지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정이나 동료 의식도 과하면 거꾸로 인간관계를 망가뜨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독이 된 사랑’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6,675건이었던 ‘데이트폭력 검거민원’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0,303건이 됐으며, 올해 1월에서 4월 데이트폭력 관련 여성긴급전화1366 기준 상담건수는 총 3,90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886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그 폭력성 또한 심각하다. 지난 13일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가 남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구하라의 남자친구가 언론에 공개한 얼굴은 길게 찢어진 상처로 가득했으며, 구하라 또한 남자친구로 인한 폭행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상반기에는 상처와 멍으로 가득한 데이트 폭행 피해자들이 많은 이슈가 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데이트폭력 피해유형으로는 폭행이나 상해가 69.2%로 가장 많았고, 기타 폭력(14.6%), 체포·감금(13.1%), 성폭력(2.5%), 살인(0.6%) 순이었다.

그러나 경찰청에 신고되는 신체적폭력만이 데이트폭력은 아니다.

데이트폭력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물리적·성적 폭력에 더해 심리적·정서적폭력과 통제행동을 데이트폭력에 포함한다. 심리적·정서적폭력과 통제행동이 신체적폭력의 전조일 수 있으며, 피해자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데이트폭력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심리적·정서적폭력은 욕을 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함을 지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는 것, 상대방의 소유물을 만지거나 부수는 것, 혹은 부수겠다고 위협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통제행동 또한 데이트폭력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도 2010년 심리적·정서적폭력에 더해 통제행동을 데이트폭력에 포함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통제행동이란 상대방을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고립되게 하거나, 행동을 감시하거나 교육, 직업, 의료 및 재정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이메일·개인블로그 등을 점검하는 행위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을 못 하게 하는 행위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 전화하는 행위 ▲일정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행위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하는 행위 ▲친구들을 못 만나게 하는 행위 ▲다른 이성을 만나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홍영오 형사정책연구원 범죄예방·처우연구 실장의 2017년 논문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요인」에 따르면, 사람은 ▲상대방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폭력에 대한 정당화를 쉽게 할수록 ▲성장기에 아동학대 피해 경험이 있을수록 ▲성장기에 부모의 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많을수록 ▲정서적 불안정 등 경계선성격장애가 있을수록 데이트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홍영오 실장은 논문에서 “최근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데이트폭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성장기 어린 시절의 피해경험이나 부모의 폭력을 목격한 경험 및 경계선 성격장애가 가해행동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어린이나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지원대책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검찰은 앞으로 데이트폭력 범죄를 3번 이상 저지를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재판에 넘겨지는 ‘데이트폭력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지난 7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데이트폭력과 관련해) 1회 범행일지라도 범행 경위와 피해 정도에 따라 바로 구속기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처리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을 예방하는 조치는 미흡하다는 평이다. 아무리 사후조치를 강화해봤자 그 원인이 주로 개인에게 있는 이상 데이트폭력은 발생한다. 영국에서는 교제 중인 남자친구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가정폭력전과공개법’, 일명 ‘클레어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성폭력방지법’ 등 연방과 주 차원에서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대책을 다각도로 수립해 범죄예방에 노력하고 있다. 사랑이 독으로 변했을 때 해독하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애초에 독으로 변하지 않게 하는 예방법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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