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 열풍… 시대가 바뀌었는데 교사 교육은 빵점
‘스쿨 미투’ 열풍… 시대가 바뀌었는데 교사 교육은 빵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9.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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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스쿨 미투’가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발언, 성희롱, 성추행 등을 제보한다. 처음에는 교사의 책임을 물었으나 이제는 학우의 발언이나 행동 또한 문제 삼고 여성을 차별하는 부조리한 사회 분위기까지 비판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투 운동’을 잇는 또 하나의 ‘페미니즘 운동’, ‘여성 인권 신장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은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의 한 공립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의 성희롱을 폭로하면서부터다.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의 한 교사는 “여자는 아테네처럼 강하고 헤라처럼 질투 많은 것은 별로고 아프로디테처럼 예쁘고 쭉쭉빵빵해야 한다”거나 “예쁜 여학생이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해당 교사 외에도 다수의 교사가 성적인 욕설을 하거나 “너희가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방법은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이라며 사회통념과 맞지 않는 성차별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학교의 학생들은 교사의 성희롱과 성차별을 비판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학교 곳곳에 붙이고 SNS를 통해 피해사실을 알렸다.

대전과 경기도 광주의 중·고등학교에서도 ‘스쿨 미투’가 이어졌다. 한 교사는 “xx동을 지나다니는 여자들을 성폭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거나 여성의 신체 일부를 칠판에 그리고 “남자들은 여기를 좋아한다”거나 “미투가 무서워서 학생들 때리는 것도 못 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교사는 “가슴은 만지면 커진다.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부탁하라”거나 “여자가 납치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짧은 바지”, “3학년 퇴물” 같은 말을 했다고 전해졌다. 해당 발언들은 SNS에서 떠돌고 있으며, 특히 대전의 A여고에서는 ‘A여고 공론화 제보정리’라는 SNS 계정이 만들어져 한 데 모이고 있다.

지금까지 20여개 학교에서 ‘스쿨 미투’가 나와 SNS에서 관련 피해 사실이 폭로되고 있으며, 교사를 넘어 같은 학교 남학생들에 대한 폭로도 나오고 있다. 용인의 한 중학생이 쓴 트위터 메시지에는 같은 학교 일부 2학년 남학생들이 한 페미니스트 여학생에게 여성의 생식기와 이름을 합쳐 부르는 등 여성혐오적인 발언과 행동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중학교의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 시간에 “성폭력 대처방법은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지 않는 것”이라는 등의 여성혐오적 교육을 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중학교의 한 학생은 “근본적으로 교사들이 성차별이나 성희롱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사가 2014년에 44명에서 2017년에 154명으로 늘었다. 일부 지방 교육청에서는 연이은 ‘스쿨 미투’에 지역 내 학교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3년 만에 교사들의 사고방식이 갑자기 바뀌어 성폭력과 성차별이 증가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SNS에서는 “성인 여성들은 스쿨미투를 무조건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성장하면서 비슷한 남자 선생들을 다 봤기 때문”이라는 식의 응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스쿨 미투’를 지켜보는 한 직장인 여성도 “우리 때도 예쁜 여학생을 뒤에서 껴안고 성희롱 발언하는 교사들이 많았다”며 “터질 일이 터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성희롱과 성추행, 남녀차별을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 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회가 성문제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부 교사나 학생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시민운동가나 페미니스트, 학생들은 일부 교사들의 ‘젠더 감수성’(남성 혹은 여성이 상대방의 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잘 수용하는 능력)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 시민운동가는 “전국에 있는 학교들을 전수조사하고 교사들에게 젠더 감수성을 교육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교사들이 1년에 받는 성폭력 예방 교육은 4시간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해 전문가가 아닌 학교 보건교사에 의해 교육이 행해진다는 점이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젠더 감수성’은 공부하지 않고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애초에 남성이 여성에 공감하는 것이 까다롭고,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을 유지해온 일부 남성들에게는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여성 청소년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을 다룬 책 『걸 페미니즘』의 청소년 저자들은 “성폭력 대처방법은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지 않는 것”이라는 식의 발언에 대해 “여학생의 몸가짐이나 옷차림이 성욕의 대상이 되는 위험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은 성폭력의 발생 원인과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는 사고방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성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 동시에 여성 청소년의 신체를 억압하는 행태 등 사회의 다양한 억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을 바란다. 요즘 청소년들은 이정도로 섬세하고, 사회의 부조리한 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육계가 이들에 관해 배우고, 변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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