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맹장의 역할
[작가의 말]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맹장의 역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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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의사생활 40년 중 35년은 의과대학 교수로서 의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는데 인체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 신비로움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인체방어기전' 하나만 하더라도 의사란 직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졌고, 우리 몸에는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예를 한 가지만 들어보자. 대장의 시작부에 끈처럼 매달려 있는 맹장(충수돌기)은 소화 과정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걸핏하면 염증을 일으켜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의사들이 다른 질환으로 배를 열고 들어가 수술을 할 때 맹장에 아무 이상이 없어도 예방적 내지는 서비스 차원에서 그냥 제거해줬다.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장난스러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근자에 충수돌기의 역할들이 다음과 같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첫째, 임신 11주쯤 되면 이 돌기 내에 내분비 세포가 생겨 여러 가지 아미노산 및 호르몬 같은 것을 만들어 태아의 생체 밸런스를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 아기가 태어나면 이 돌기 속에 임파조직이 생기기 시작해 미약하나마 면역기능에 관여한다. 셋째, 대장내시경 전처치로 장을 씻어내거나 심한 설사를 하면 장내세균이 다 떠내려가게 되는데 이때 유산균 같은 장내 유익균들의 대피소 역할을 한다. 넷째, 병이나 외상으로 요관(콩팥에서 소변이 내려오는 길) 일부나 방광을 제거해야 할 경우 잘려나간 요관을 대체하고 방광 괄약근을 재건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지금껏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아무 쓸모 없다고 여겨졌던 충수돌기마저도 이렇게 당당한 존재 이유를 가진다는 것이. 이런 의문을 품고 그 답을 찾아 헤맨 세월이 약 20년. 그 메시지를 풀기 위해 지금껏 65년간 살아오면서 보고, 느끼고, 배우고, 고뇌해온 것들에다 그동안 공부한 의학과 자연과학 과 역사와 철학에 신앙적 영감과 성찰을 버무려서 하나하나 답을 찾아 정리해 봤다. 


■ 얼굴 특강
한상석 지음 | 더블엔 펴냄|25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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