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한국미술 작품을 접하기는 하지만 큰 감흥을 느끼지 않은 경우가 많다.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만큼 느끼는 법인데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미가 깊다. 한국미술 대표작품이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왜 만들어졌는지를 재미있게 소개한다.
윤두서는 진단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다. 자연에 묻혀 살면서 다섯 왕조의 흥망을 지켜봐야 했던 진단은 혼란한 중국을 통일하며 송나라가 건국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박장대소하다가 나귀에서 그만 떨어져 버렸다. 윤두서는 그 이야기를 '나귀에서 떨어지는 진단 서생'이라는 작품으로 그려냈다. 당시 왕이었던 숙종은 윤두서의 작품에 시를 지어 남겼는데 작품 왼쪽 상단의 글귀가 그것이다.
책장을 그린 '책가도'라는 그림이다. 책, 벼루, 필통, 붓과 같이 선비가 공부를 할 때 필요한 물품들(문방사우)를 포함해 과일, 석류, 공작 꽁지깃, 산호까지 살펴볼 수 있다. 문방사우는 선비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과일은 씨앗 수처럼 많은 자식을 낳기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아름다움과 고귀한 신분을 나타내는 공작은 고귀한 신분에 오르기를 염원하면서 그려 넣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비 온 뒤 활짝 갠 인왕산을 그린 기운이 넘치는 산수화이다. 정선은 친구의 병이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그림을 그렸는데 그의 친구는 서울 인왕산 아래 한동네에서 살던 이병연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만큼 유명했는데 1751년 친구의 병세가 깊어지자 깊은 시름에 잠긴 정선은 그림에 쾌유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그림 '평생도'는 성공한 남자의 일생을 돌잔치에서부터 결혼식을 거쳐 장원급제, 관찰사, 정승 부임 등의 관직 생활과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례의 장면까지 그린 그림이다. '평생도'는 조선시대 18세기 후반부터 그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보통 8폭, 10폭, 12폭으로 제작됐다. 높은 벼슬에 오른 사람의 일생을 기록한 그림이라는 말도 있지만, 높은 벼슬에 올라 영화롭고 부귀한 일생을 살기 바라는 염원도 담겼다.
『한국미술 감상 놀이』
최성희 외 3명 지음|미술문화 펴냄|128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