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이런 말 하지 마세요, 취업·결혼·직장…
추석 때 이런 말 하지 마세요, 취업·결혼·직장…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9.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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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온 혈육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인데도, 명절은 늘 스트레스와 연결된다.

명절을 전후로 발표되는 ‘명절 스트레스’와 관련된 통계는 매해 비슷하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남녀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인 25.8%가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명절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고 응답한 사람(30.3%) 또한 절반 이상이 ‘명절이 기대가 되지 않는다’ 혹은 ‘명절이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명절에 부정적인 응답자는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67.2%)과 전업주부(64.2%), 직장인(52.1%) 순으로 많았으며 여성(43.2%)이 남성(23.5%)보다 많았다. 부정적인 이유는 경제적 부담(35.7%), 집안일 스트레스(31.7%), 가족 간 갈등(잔소리 포함, 15.3%) 순이었다.

직업별로 보면, 취준생이 명절을 기피하는 이유는 단연 ‘취업 잔소리’ 때문이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취준생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취준생의 80%가 명절을 전후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중 73%는 ‘언제 취업할 거니’를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았다. ‘살 좀 빼라’, ‘아무개는 어디 취업했다더라’가 뒤를 이었다. 직장인이라고 ‘명절 잔소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취업전문포털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의 직장인은 ‘결혼 언제하니’를, 기혼의 직장인은 ‘요즘 경기가 어렵다는데 다니는 회사는 괜찮니’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질문으로 꼽았다. 전업주부들은 가부장적 사회의 전통 하에서 음식, 청소 등 집안일을 여성만 하는 행태,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 병원을 찾은 30∼40대 여성 방광염 환자가 평상시보다 훨씬 많았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추석은 유독 그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다. 유례없는 실업률과 불경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018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7월에 비해 2,000명 감소한 3,000명이며, 청년실업률은 10%, 실업자는 113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외환위기 때 취업해 고용이 불안정했던 40대에서 실업자가 가장 많이(10만9,000명) 늘었다고 하니 초·중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성인남녀에게 직장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제해야겠다. 실업자가 아니라도, 불경기에 어려운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많다. 취업전문포털 ‘사람인’이 88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앞두고, 조사 대상 기업 중 51.5%가 지급 여력 부족이나 불경기로 사정이 어려움 등의 이유로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혼인율도 최악이니 내 혈육만 결혼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혼인률(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은 5.2건으로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그의 책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에서 “명절이 스트레스가 된 본질은 우리 삶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며 명절이 앞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명심해야 할 점들을 설명했다. 첫째, 여성에게 편중된 노동이나 시댁 중심의 행사 일정 등은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관습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 친척 어르신들이 젊을 때와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과, 친척들의 과도한 참견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와 싸워야 하는 어린 세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셋째, 방 하나에서 여러 명이 내 것 네 것 구분하지 않고 부대끼며 살던 때가 아니니 서로의 소유물이나 삶의 영역을 지나치게 넘나드는 것은 정이 아니라 민폐임을 알아야 한다. 넷째, 지금의 혼란은 문화가 바뀌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점을 알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전통이라고 참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곧 명절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려온다. 1인가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에서, 혈육이 전부 모일 수 있는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날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면 부조리한 전통에 안주하기보다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공부하고,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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