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이케아는 메기? 미꾸라지가 몸부림치다
[조환묵의 3분 지식] 이케아는 메기? 미꾸라지가 몸부림치다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8.09.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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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이야기와 메기효과
아놀드 토인비 <사진출처= YOUTUBE>

[독서신문]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는 불후의 명작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과정으로 봤다. 외부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민족이나 문명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문명은 소멸했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저술과 강연에서 청어 이야기를 자주 인용했다.

"청어는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그러나 청어는 먼 바다에서 잡히기 때문에 싱싱한 청어를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살아있는 청어가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 비결은 청어를 운반해오는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은 데 있다.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고, 그런 생존의 몸부림이 청어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토인비가 청어 이야기를 자주 언급했던 이유는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는 자신의 역사 이론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미꾸라지 양식장에 메기 몇 마리를 함께 넣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이것을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고 한다.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내세울 때 이 효과를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논에 미꾸라지를 키울 때 한쪽 논엔 미꾸라지만 넣고, 다른 쪽 논엔 미꾸라지와 메기를 함께 넣으면 어떻게 될까? 메기를 넣은 쪽의 미꾸라지가 훨씬 더 통통하게 살이 찐다. 메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활발히 움직였기 때문에 더 많이 먹고, 더 튼튼해진 것이다.”

삼성의 신경영 이후 메기 효과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위협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경영 혁신의 핵심이론으로 자주 등장한다.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긴장과 위기의식 같은 자극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1998년 세계 1위의 유통기업 월마트가 국내에 진출했을 당시 한국의 토종 마트들이 고전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다. 글로벌 경쟁력에서 월등한 월마트가 당연히 유통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이마트가 월마트 한국매장을 인수했다. 월마트, 즉 메기한테 지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 미꾸라지 이마트의 생존 노력 덕분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2014년말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가 국내에 1호점 매장을 열자 국내 가구산업이 초토화될 것이라면서 국내 가구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저렴한 가격에 세련된 디자인,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데다 단순히 가구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공간별로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의 조합을 제시하며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새로운 개념을 앞세운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하기 몇 년 전부터 국내 가구회사들은 품질, 디자인, 가격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활소품을 확대하며 아케아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가구업체가 직접 배송과 조립을 다 해주고, 도심에 대형 매장을 열어 소비자의 접근성을 키웠다. 이케아의 실용성에 맞서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고 온라인과 모바일 매장을 오픈하여 유통망도 확장했다. 당초 이케아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내 가구업체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현재 광명점, 고양점에 이어 3호점인 기흥점을 오픈할 예정인 이케아는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광명점 한 곳에서만 연매출액 3,650억원을 기록하여 가구업계를 놀라게 한 이케아는 2020년까지 전국에 매장 수를 6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메기’인 글로벌 기업 이케아와 ‘미꾸라지’인 국내 가구업계와의 대결에서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아니면 서로 공존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뜨거운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바로 튀어나오지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결국 죽고 만다.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기업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 채 생명을 잃어간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HR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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