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메르스 방패… ‘또 운 좋게’
구멍 뚫린 메르스 방패… ‘또 운 좋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9.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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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2015년 전 국민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과거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에 비하면 좀 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고는 있지만, 정부가 여전히 신종 전염병을 예방하지도, 완벽하게 대응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중증 급성 호흡기질환으로, 중동지역의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주로 감염환자가 발생해 ‘중동 호흡기 증후군’이라고 불린다. 발열을 동반한 기침, 호흡곤란, 숨가쁨, 가래, 두통, 오한, 콧물, 근육통,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설사 등 일반적으로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치사율은 20~46%로 알려져 있다. 발생 원인이나 감염 경로가 확실하지 않으며,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병이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는 6개월여 만에 18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과거 우리나라가 한 명의 메르스 환자로 인해 기하급수적인 피해를 봤던 주원인은 메르스가 가진 전염성에 대한 무지였다. 2015년 5월 4일 귀국한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귀국 7일 만에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을 보였으나 메르스가 확진되기 전 16일 동안 격리조치 되지 않고 병원 4곳을 돌아다니며 전염병을 퍼뜨렸다. 첫 번째 환자만이 아니었다. 일부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이 병실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어떤 환자는 자신의 감염 가능성을 숨기며 사회생활을 해 피해는 더욱 커졌다.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전파력에 대한 판단이 미흡했다”며 사과했지만, 그 뒤로도 격리대상에서 빠진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문제가 생겼다.

이번 메르스 대처는 병원과 환자, 정부 측에서 모두 전염을 막으려 경각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는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몸에 이상을 느껴 직접 삼성서울병원을 찾아간 환자를 즉각 선별 진료소에서 진료했고,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자마자 음압병상으로 옮겼다. 다른 환자 및 의료진과는 접촉을 차단했으며, 이후 음압 앰뷸런스를 이용해 국가 지정 격리 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을 철저히 공개하고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메르스 환자에 대한 대처가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인천공항 검역당국이 메르스 의심 증상 중 하나인 ‘설사’에 대해 환자가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조치 없이 환자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환자가 메르스를 의심해 삼성서울병원에 직접 연락해 진료를 받지 않았다면, 그래서 어느 병원에서 단순한 감기로 오인 받았다면 전국가적으로 메르스가 퍼졌을 확률이 높다. 전문성 있는 의사라면 메르스를 단순 감기로 오판할 가능성은 적겠지만, 메르스가 지나간 지 3년이 흘러 대중에게 잊혀져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발생 가능성 있는 재난이다. 애초에 메르스를 의심한 환자의 덕으로 대처도 가능했다.

‘일상접촉자’를 격리하지 않는 기존 규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질병관리본부는 확진 환자와 2m 이내에서 접촉한 21명을 ‘밀접접촉자’로, 그 외에 환자와 비행기를 같이 탄 사람 등 감염 가능성이 있는 439명을 ‘일상접촉자’로 분류했다. 밀접접촉자는 자택에 격리조치 되지만, 일상접촉자의 경우 기존 규정에 따라 격리되지 않고 매일 건강상태를 점검받게 된다. 그러나 2015년에 한 환자가 출장을 가기 위해 자신이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숨긴 바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상접촉자도 안심할 수는 없다. 자신의 감염 가능성을 숨기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책 『프레임』에 따르면, 감염된 환자는 자신의 병이 타인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조재형 PROne 대표 겸 브랜딩연구소장은 그의 책 『위험사회』에서 “안전을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이 자기 욕심을 채우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의 잠복기인 향후 2주가 고비다. 과거와 달리 환자의 빠른 병원행과 병원의 적절한 대처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칭찬 일색이다. 그러나 환자를 그대로 통과시킨 검역당국과 정부의 위태로운 일상접촉자 관리를 보면 그저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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