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정신과는 가기 싫어’... 왜?
‘죽고 싶지만 정신과는 가기 싫어’... 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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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36명, 연간 1만3,09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13년간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지난 6월에는 자살률 2위로 한 계단 내려왔지만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리투아니아가 지난 5월 새롭게 OECD에 가입하면서 상대적으로 밀린 것이지 자살률 25.6명(10만명당 자살자수)에는 변함이 없다.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정신질환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8년 내놓은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자살 이유 중 정신적 질환(조현병·우울증)이 36.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는 경제적 이유(23.4%), 육체적 질병(21.3%), 가정문제(8.9%)순으로 파악됐지만 이들 대부분이 우울증을 거쳐 자살에 이른다는 점에서 ‘마음의 병’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은 80%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럼에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의 비율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에서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의사·종교인)와 상담한 경우는 전체 성인의 9.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로 진단받은 사람 중에서는 22.2%만이 전문가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에 조사된 수치(일반 성인 7.0%, 정신질환자 15.3%)에 비해 나아졌지만 미국과 비교했을 때 (일반 성인 14.2%, 정신질환자 43.1%)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 20일에는 청소년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명 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중 83%는 정신건강 전문의를 찾지 않는다’는 서울대병원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비율이 낮은 이유는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주요했다. 모든 정신질환은 사회에서 격리돼야할 중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또 정신질환자는 언제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여겨 거리를 두는 사회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숨기고 감추면서 좋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소개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타인의 시선’, ‘정보 부족’, ‘치료비’가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 마련인데 실제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은 크게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인이 생각하는 반사회적인 정신병은 정신증(조현병 등)으로 현실 판단력이 떨어지고 망상·환각 증세를 보이는 경우다. 반면 신경증은 적응장애, 우울증,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 약물 치료가 이뤄지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다.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 외에도 병원을 찾을 경우 의료기록이 남아 이후 취업과 보험가입 등에 제한을 받을까 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다. 현재 정신보건법은 ‘사고장애, 기분장애, 망상, 환각 등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중증질환자로 구분해 공공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 외의 경우에는 취업에 문제가 없다. 또 민간기업 취업 시 요청받는 의료기록조회에 관한 동의서에는 정신질환 여부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정신과 진료를 꺼릴 필요는 없다. 

중증질환이 아니라면 보험 가입에도 문제가 없다. 2013년 정신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정신질환 때문에 피보험자를 차별(제한·배제·분리·거부)할 수 없도록 했고 차별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근거를 보험사에서 입증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보험 가입 시 질환 정도에 따라 보험비 할증이 있을 수 있고, 병력을 숨기고 가입했을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액이 제한될 수 있다. 

정신질환 치료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크게 줄었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정신요법 건강보험 수가개편 및 본인부담 완화정책에 따라 환자가 내는 법정본인부담률이 20%가량 낮아졌다. 기존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50분가량 상담 치료를 받을 경우 1만7,300원을 내야했지만 앞으로는 1만1,600원만 내면 된다. 또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됐던 인지·행동치료(감정의 원인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훈련)에도 건강보험이 적용이 가능해졌다. 다만 수십만원에 달하는 심리검사 비용은 아직까지 부담으로 남는다.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증이 지속되는 증상)를 앓는 백세희 작가의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기록을 담은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지난 6월 출간이후 9주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있다. 베스트셀러가 시대의 관심사를 반영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마음이 아픈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저자의 고통에 많은 사람이 “꼭 내 이야기 같다”고 공감했고 “의사와 주고받는 이야기에 큰 위로를 얻었다”고 말한다. 또 “마음속에 자리했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두려움이 한결 적어졌다”고 소감을 전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금껏 애써 마음의 아픔을 외면했다면 또 그런 사람을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감기에 내과를 찾듯 마음의 상처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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