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자활, 국가의 몫인가?
성매매 여성 자활, 국가의 몫인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05 19:18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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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가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위해 개인에게 연간 2,26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찬반논쟁이 극렬하게 일고 있다. ‘우리 주위에 불우이웃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성매매 여성을 돕느냐’는 주장과 ‘이들 역시 주위 도움 없이는 사회 복귀가 불가능한 불우이웃’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1일 인천 미추홀구가 숭의동에 위치한 집창촌 ‘옐로 하우스’에 거주하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지원 조례 시행규칙’ 제정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은 ‘탈성매매 확약서’와 ‘자활계획서’를 제출하면 생계비 100만원, 주거지원비 700만원, 직업훈련비 월 30만원 등 1년간 최대 2,26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포주와 채권·채무 관계에 얽혀 성매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여성을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원금이 필요한 사람은 많다. 저소득층, 기초수급자, 불우이웃 등에게 돈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청년은 호구인가. 취업하고 알바하면서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 바보 만들지 말라”는 내용의 청원 수십여개가 올라왔다.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강성태씨 역시 유튜브 방송에서 “성매매 안하고 정직하게 알바해서 빚 갚고 생활비 버는 학생들은 뭐가 되냐”며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에게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말하는 것조차 미안할 지경”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인천시 미추홀구의 이 같은 조치는 성매매 여성이 가난과 빈곤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성을 판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실제로 여성이 비자발적으로 성매매에 관여하게 된 역사적 기록은 다수 존재한다. 고려시대 이인로가 지은 책 『파한집』에는 신라 화랑 김유신이 기녀 천관녀를 가까이하다 어머니에게 호되게 책망을 드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기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전해지지는 않지만 전쟁포로가 주를 이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비자발적 성매매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흐름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지는데 책 『조선왕조실록:세종18년』에는 세종대왕이 함길도 감사에게 “북쪽 변방에 있는 군사들은 가정을 멀리 떠나 추위와 더위를 두 번씩이나 지나므로 기녀를 두어 사졸들을 접대하게 함이 사의(事宜)에 합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관기(官妓) 역시 국가소유의 공노비 중에 미모가 출중한 여성을 차출해 기녀로 삼은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강제적인 성매매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책 『유곽의 역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집창촌이 등장한 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에 위치한 일본인 집단 거주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일본식 유곽(遊廓)이 들어서면서 일본식 집창촌이 국내에 유입됐고 1916년 일제 강점기에는 성매매를 공식화하고 세금을 거두기도 했다. 해방 이후인 1947년 공창제(일본의 성매매 관리 제도)가 폐지되고 1961년에는 윤락행위 방지법이 제정됐지만 정부의 묵인 하에 성매매는 맥을 이어갔다. 제5공화국 시절에는 스포츠, 미디어, 섹스산업에 대한 규제 빗장이 열리면서 성매매 전성기를 맞았고, 이어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개최에 따른 규제 완화로 산업형 성매매가 크게 성장했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성매매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함)이 시행되면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청량리588’, ‘파주 용주골’, ‘부산 완월동’ ‘대구 자갈마당’, ‘인천 옐로하우스’ 등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촌’을 집중 단속해 와해시키면서 ‘미아리 포청천’이란 별칭을 얻은 당시 김강자 서울 종암경찰서장은 “고아나,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았거나, 이른 나이에 버려진 여성들은 생계형 성매매에 속한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은 (단속 대상이 아닌) 자활지원 대상이었다”며 “막무가내식 단속은 성매매를 음성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생계형 성매매는 엄벌해야 하지만 생계형은 자활지원을 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할 의무를 지닌다. 물론 국가가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걱정하며 금전적 낭비를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특히 자의든 타의든 법률을 어긴 여성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바칠 수도 없다. 다만 이미 사회적 구제를 받았어야했던 사회적 약자가 국가의 불찰로 구제받지 못하고 내팽개쳐져 있는 경우라면, 국가는 나중에라도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만약 정상적 돈벌이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가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회 속에서 방치됐다면 어떠한가. 그리고 어느새 집창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고리에 묶여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면... 국가는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칭하고 인간이 가진 기본권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정상적인 사회적 구성원이 되고 싶지만 부득이한 현실에 잘못된 길로 빠진 성매매 여성도 사회적 약자라는 범주에서 예외일수 없다. 요는 국가가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지원할 때 그 여성이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가졌느냐를 판단할 현명한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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