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사랑과 인식의 출발
[박흥식 칼럼] 사랑과 인식의 출발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18.09.0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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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 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대학교 학부생들의 강의를 맡으면 개강 첫날은 대개 이번학기의 수업 오리엔테이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 수업에서는 진행내용이 다른 교수들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됩니다..

처음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수업의 개요를 설명하기에 앞서 느닷없이 이런 질문부터 던집니다. “이건 뭐지?”, “하늘”, “사람”,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일을 왜 하고 있지” 이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대부분 학생은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 질문에는 물론 필자의 숨은 의도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던진 질문 “하늘”이 뭔지 설명해 보라고 합니다. 이 쉬운 질문에 대다수 학생은 머뭇거리거나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하늘이라는 단어를 모두 알고 있지만 동료들 앞에서 단어의 개념을 쉽게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탓입니다. 가끔은 나름대로 설명하지만 대게 이런 답변입니다.

“내가 숨 쉬는 공간입니다”, ”땅위의 모든 공간입니다“, ”땅위의 파란 부분요“ 이때 필자인 저의 숨은 의도는 학생들에게 단어의 개념을 각자의 관점에서 어떤 정의를 내려야 할지 고민하게 하려는데 있습니다.

“하늘”이란 단어를 보면 나의 머릿속에 인식은 어디 까지 넓혀질 수 있을까요? 낮에 보는 하늘, 밤에 보는 하늘,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의 하늘, 그림이나 사진에서 본 하늘, 서울의 하늘, 외국 지중해의 파란하늘.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 비오고 천둥치는 하늘, 별이 총총한 하늘, 안개 낀 런던의 하늘, 지평선 위의 하늘, 우주공간까지...  각자 생각의 지도에는 많은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때 제가 우려하는 것은 학생들의 머리 속에 ‘우물 속에서 바라본 개구리의 하늘’이면 어쩌지 하는 것입니다.

청춘의 시기는 고민의 시기입니다. 그리고 열정과 두려움의 시기입니다. 청춘이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시기, 호기심과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세상을 응시하는 나이,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미래를 향한 꿈을 가슴에 품고 있는 때, 또한 도전의 불안과 장애를 만나는 때입니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청춘이라 부릅니다.

청춘의 시기는 아픈 고통의 시기입니다. 정서적인 굴곡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이 혼란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고, 아는 것보다 모른 것이 더 많은 때입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고, 어떤 것이 최선인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청춘에게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공부와 체험을 통해서  새로운 인식이 생기고 깨달음과 지혜. 창의력과 자존감을 키우는 때입니다.

삶에 대해,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신이 걸어갈 인생의 길에 대해, 함께 살아갈 사람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인생의 진짜 가치를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생각하고 고뇌하며, 고민을 거쳐야만 하루하루의 일상이 소중한 경험으로 쌓이고, 공부도, 친구도, 취미도 생활 속에 녹여 삶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일본  도쿄 대학의 교수 강상중은 이렇게 말합니다. “해답이 없는 물음을 갖고 고민하는 것은 젊기 때문입니다. 달관한 어른이라면 그런 일은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청춘이란 한 점 의혹도 없을 때 까지 본질의 의미를 묻는 과정이라고 생각 합니다”, “ 그것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든 그렇지 않든, 사회에 이익이 되든 그렇지 않든 자기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알고 싶다’는 갈망에 솔직하게 따르는 것, 그것이 바로 청춘입니다”

저는 개강 수업 시작 첫날, 무엇보다 우선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세상살이와 인생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남들과 다른, 나는 누구인가?’, ‘그런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 ‘그 모습을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청춘은 인생의 시작점입니다. 청춘의 시기에 고민 없이 남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결국 무한 경쟁 속에 놓이게 됩니다, 왜 경쟁 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반복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고 인식하는 그릇만큼 그만큼만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습니다.‘문제가 뭐지?’ ‘그럼 어떻게 하지?’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자신 앞에 닥친 문제 가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 앞에 닥친 문제와 과제를 무엇으로 어떻게 인식 하는냐가 관건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제가 평소에 애창하는 김춘수의 시 ‘꽃‘을 들려주며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누구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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