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주위 평가에 집착할까?... ‘자존감의 위기’
한국인은 왜 주위 평가에 집착할까?... ‘자존감의 위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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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난 29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베트남을 3대 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해당 경기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결승진출(우승 시 병역면제), 최근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선전 그리고 박항서 감독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져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경기를 전·후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는 ‘베트남 현지 반응’이란 키워드가 오르내렸다. 베트남 국민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반영된 모습이었다.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거나 중요한 일이 생기면 한국 언론은 유독 외신의 반응을 신경 쓴다. 이를테면 “전 세계 외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대서특필했다”, “외신이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의 폭발적인 인기에 대해 보도했다” 등이다.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을 현지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서 보도한 것이 아닌 ‘외신이 보도했다’는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다. 

29일 베트남과 펼친 준결승전과 관련해서 외신 반응을 인용한 국내 매체의 보도는 여전히 등장했다. 30일 다수의 국내 매체는 ‘손흥민이 병역면제를 받기까지 한 경기가 남았다’며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던 축구선수 박주영, 골프선수 배상문, 가수 MC몽 등을 소개한 영국 BBC보도를 기사화했다. 외신 보도 내용은 새로울 것 없었지만 ‘외신이 보도했다는 점’이 뉴스가 됐다. 

이런 모습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한국인의 관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체면을 중시하는 풍조가 사회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오죽하면 “조선시대 양반은 체통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두려워 비가와도 뛰지 않았고 냉수를 먹고도 이빨을 쑤셨으며 얼어 죽어도 겻불은 쬐지 않았다”는 말이 전해진다. 우리나라가 십수년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신과 진료에 따른 항우울제 복용량은 OECD 평균의 1/3수준인 것도 ‘체면 문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죽을 만큼 힘들지만 정신질환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다. 

대다수 현대인은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변모하기를 바란다. 이는 경쟁사회가 낳은 폐단의 일면이자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만 존재가치를 느끼는 현대인의 어두운 면으로 느껴진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는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서 “한국 사회에서 체면은 ‘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내가 누구여야 하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체면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무조건 지금의 나보다 그리고 남들보다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성취의 기준마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두면서 외부 평가에 웃고 우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책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 작가는 한국인의 자존감은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적당히 벌어 아이 키우면 행복했던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좋은 대학, 직장을 다녀도 행복하지 않다”며 “사람들은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의심하면서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최단기간, 최단코스, 최적화, 고효율 등을 강조하는 사회적 압박이 높아질수록 행복은 반비례하는 모습이다.

현대인의 아픈 감정에 공감을 전하는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는 “내가 하는 일의 상당수는 실제 내가 원했던 일이라기보다는 (체면치레를 위한) 의무감 때문일 수 있다”며 “타인이 나를 표현하는 말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나를 평가할 권리를 함부로 남에게 주어 웃고 울기 보다는 나만의 기준을 세워 성취하고 칭찬하는 체면으로부터의 해방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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