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소년의 입이 벌어지고 소리 없는 울음이 터져 나온다.
바람이 불고,
꽃잎이 흩날리고,
햇살이 온통 찬란한,
대기를 향하여 울음을 터뜨리는 소년.
주변엔 도무지 소년을 울릴 만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슬픈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누군가 괴롭히는 장면도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이라곤 소년밖에 없는 냇가에서 무슨 사연이 있을 수 있겠는가. 있다면 정자 아래 벤치에서 소년을 지켜보고 있는 여자가 이유가 되겠는지.
여자가 소년을 울린 원인이라면 더구나 이해가 힘들다.
그녀는 소년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벤치에 앉아서 울고 있는 소년을 보고 있다. <7쪽>
급기야 화를 내려고 부모한테 오는가 싶을 정도가 되었다. 미륵의 노골적인 화풀이. 그럴 때면 현세는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금생은 외면하고 묵묵히 앉아 있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도 체면을 차렸다. 감정은 감정을 따라 흐르는 듯했다. 미륵의 굳은 감정 앞에선 눈물도 굳었다.
죽은 자식만 자식이냐고,
그만 잊고 사람처럼 살라고 했다.
부모가 그러고 있으니 무엇을 해도 편하지 않다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신경 쓰이지 않게 해 달라고도 했다. <81쪽>
『망각』
조정희 지음|북갤러리 펴냄|223쪽|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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