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결정장애의 원인과 치료법 『열두 발자국』
[리뷰] 결정장애의 원인과 치료법 『열두 발자국』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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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마시멜로 챌린지'라는 게임으로 유치원생과 미국 경영대학원(MBA) 학생이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정답은 유치원생이다. 18분 이내에 스무 가닥의 스파게티 면과 접착테이프, 실, 그리고 마시멜로를 이용해 높은 탑을 쌓으면 되는 간단한 게임에서 유치원생이 승리하는 이유는 뭘까? 

소위 가방끈이 길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부터 세우고 본다. 다양한 가설과 나름의 원리를 토대로 계획을 세워 치밀하게 접근하면서 시간을 소비한다. 반면 유치원생들은 무작정 탑 쌓기에 돌입한다. 특정 방법이 성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면서 결국 승리를 거머쥔다. 계획에 집착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무작정 시도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다.  

뇌 과학자인 저자 정재승 박사는 "많은 사람이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데 젊은 시간을 허비한다"며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세상은 인간의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물론 철저한 계획의 중요성도 인정한다. 하지만 계획이란 시행착오를 거쳐 끊임없이 보완돼야 하며 그 점에서는 아이가 어른보다 낫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의사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혁신, 혁명 등 인간의 다양한 행동과 그것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통해 인간을 다각도로 이해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열두 발자국』이란 이름도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이란 의미에서 지어졌다.   

저자는 좋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다. 2000년 무렵 시나 아이엔가와 마크 레퍼 박사가 이끄는 실험진은 식료품점을 빌려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한다. 한번은 잼 6종류를, 또 한번은 잼 24종류를 진열대에 올려놓고 판매율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는 6종류를 판매했을 때 구매율이 15배 높게 나타났다. 선택지가 많으면 재미는 있으나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도 커져 구매를 망설이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그렇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올바른 정보를 분석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또 어려서부터 정답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자라면서 '정답'을 찾으려는 압박에 힘들어하면서 결정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다. 잘못된 결정을 했다면 실패를 경험삼아 재기하면 되지만 현 사회구조는 패자부활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번 실패는 곧 끝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결정장애의 원인으로는 결핍의 부재도 지목된다. 요즘 아이들은 결핍을 겪을 틈이 없다. 모든 것이 풍족하다 못해 넘쳐 흐르는 경우가 많다. 학업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도 전에 부모들은 과도한 정보를 주입하면서 스스로 호기심을 느낄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또 성공의 최단 노선을 설정하고 전력 질주하게 만든다. 그렇게 길들여진 아이는 자라서 결국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자신의 결정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손해와 보상을 인지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고스톱도 좋은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뇌과학자가 인간의 어떠함을 재미있게 분석한 책이다. 결정장애의 이유, 인간에게 놀이가 지니는 의미, 작심삼일의 이유, 미신에 빠져드는 이유,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미래 등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펴냄|400쪽|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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