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 다이어트에 실패한 결정적 이유
‘결실의 계절’ 가을, 다이어트에 실패한 결정적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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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살인적인 폭염으로 맹위를 떨쳤던 2018년의 여름이 꼬리를 감추면서 가을의 옷자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18년도 어느덧 2/3가 지나고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다가오면서 설레는 마음과 야속한 마음이 공존한다. 

가을이 몰고 온 변화의 기운이 켜켜이 쌓인 해묵은 감정에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설레는 감정을 만들기도 하지만,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비쳐 볼 때 이뤄놓은 것이 없다는 불편함도 느껴진다. 새해를 맞아 굳게 다짐했던 결심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간혹 일부 사람이 뒤늦게 그 자취를 찾아 헤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다가올 새해를 기약하며 애써 마음을 위무한다. 

직장인 김모(32·여)씨는 지난 1월 1일 정동진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이어트는 매해 빠지지 않고 하는 결심이지만 올해는 기필코 과거 키 163㎝에 49㎏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 수차례 실패의 전적이 있기에 안전장치를 만들고자 필라테스 수업을 신청하고 거금을 들여 운동복, 매트, 짐볼, 폼롤러, 요가휠 등을 장만했다.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나태함을 피해보겠다는 자신을 겨냥한 일종의 압박이었다. 압박이 통했는지 2주간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획적인 삶을 유지했다. 하지만 피할 도리 없는 야근과 스트레스 해소용 야식이 이어지면서 굳은 결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야식은 죄가 없다. 스트레스가 문제’ 등의 선동 문구에 미혹되면서 차츰 몸에 채운 압박의 고리를 풀어버렸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지 두 달 만에 예전의 삶으로 돌아갔다. 

대학생 B(27·남)씨는 새해를 맞아 친구들과 떠난 등산에서 ‘책 읽는 지성인’이 되기로 다짐했다. 산 정상에 올라 큰 소리로 “올해는 기필코 책 읽는 지성인이 되겠다”고 외쳤다. 친구들은 “작심삼일 혹은 작심사일에 그칠 것”이라며 놀려댔지만 B씨는 “두고 봐 내가 뭔가 보여 주겠어”라며 결연하게 의지를 다졌다. B씨는 한 달에 책 4권씩 일년에 50여권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또 한 달에 한번은 독서토론모임에 참가하기로 하고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에 19만원을 납부하고 ‘인간 탐구’를 주제로 한 4개월 과정에 등록했다. 처음 한 달은 빠듯한 시간을 쪼개가며 계획을 지켰지만 이후 한 번, 두 번 계획이 어긋나면서 점차 열정은 사그라졌다. 책을 읽지 않고 독서토론 모임에 나가는 것이 불편했고 결국 두 번 참석하고 불참을 선언했다. 스스로 계획을 취소하면서 계획을 지키지 못해 느끼는 죄책감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는 오랜 시간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뇌 과학자 정재승 박사가 쓴 책 『열두 발자국』에 따르면 많은 과학자들이 원인 파악에 나섰고 그 결과 약 77%의 사람들이 일주일 내에 새해 결심을 포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4%의 사람들은 일주일보다 조금 더 지속했지만 결국에는 포기했고, 19%에 해당하는 사람만이 새해 결심을 지켜냈다. 

‘도대체 새해 결심을 왜 지키지 못할까’라는 의문에 정 박사는 “새해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 뇌가 그렇게 디자인 돼 있다”라고 말한다. 정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 에너지의 25%를 소비한다. 이는 인간이 뭔가를 생각하고 신경 쓰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뜻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뇌가 굳어진 습관을 유지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보통 옷을 사면서 비슷한 디자인을 고르고, 비슷한 사람들과 교제하고, 평범한 취미를 지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사람들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삶의 진폭을 작게 유지한다는 주장이다. 

삶의 진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를 들여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굳어진 습관이 주는 안락한 삶을 벗어나는 힘든 작업으로 나이가 들수록 거부감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과 토론하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공고히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논쟁과 토론을 멀리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이 주요한 이유인데, 이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결심과 노력을 게을리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결심을 지키면서 결실을 맺을까. 정 박사는 “절박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말한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막대한 힘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대다수 사람이 번번이 결심을 지키기 못하는 것은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절박함을 만드는 방법으로 제시한다. 사람은 병에 걸리거나 누군가의 죽음을 보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삶을 돌아보게 되는데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기 전에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성찰하면서 절박함을 느껴보라는 의미이다. 다시 결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가정하고 오늘을 살아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내던지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학교를 옮기거나, 유학을 가는 등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면서 일상의 대전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정 박사는 사람을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한다. 현실에 만족해 안주하는 사람,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 그리고 일상을 벗어나기를 원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로 말이다. 앞에 두 종류의 사람에게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 없지만,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환경 변화가 주효한 해결책이 된다고 조언한다.  

올해가 지나가고 새해는 또 오겠지만 그 새해가 모두에게 허락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불확실한 미지(未知)의 것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가던 이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가치를 되새기면서 새해에 세운 결심의 가치를 점검해보고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 결실의 기쁨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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