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목격자’는 집단에 ‘공작’ 당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 사회의 ‘목격자’는 집단에 ‘공작’ 당할 수밖에 없는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25 07: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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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박스오피스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는 ‘목격자’와 ‘공작’은 비이성적인 집단주의에 맞서는 용기 있는 개인이 주인공이다.

영화 ‘목격자’에서는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동네 주민들은 침묵한다. 심지어 몇몇은 살인 행각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살인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 두려워 동네 자치회에서 경찰과 언론에 협조하지 않기로 서명운동까지 하며 단결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지만, 주민들은 침묵한다. 그리고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은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자로 매도당한다. 그들에게는 어느새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는 집값이 내려가는 것을 걱정하는 일이, 침묵을 지키는 일이 중요해진다.

영화 ‘공작’의 등장인물들 또한 마찬가지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최학성(조진웅)은 북한과의 친선을 도모하는 작전을 철회하고 대선 전에 대한민국을 공격해달라고 북측에 요청한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반발했으나, 어느새 그에게 국민들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게 되고, 오직 김대중 정권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남게 된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그의 책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에서 “많은 이들이 사회가 ‘잘못됐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자신의 삶에서는 사회를 개선하기보다 어떻게든 그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의 부당함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체념한다. 사회를 붙들고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태도를 장착한다. 그렇게 되면 사회가 어떤지와 무관하게 ‘내가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라고 설명했다.

비이성적인 사회의 강요와 등쌀은 개인의 ‘자유의지’를 뭉개고 개인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자유의지대로 생활하고 있다고 믿을 뿐이다. 이는 경영학자 게리 해멀과 C.K. 프라할라가 책 『시대를 앞서가는 미래경쟁전략』에서 소개한 ‘화난 원숭이 실험’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실험에서는 원숭이들이 바나나에 손을 댈 때마다 물벼락을 쏟았다. 그러자 나중에는 물벼락을 쏟지 않았는데도 기존 원숭이 집단이 새로 들어온 원숭이들에게 바나나에 손대지 못하게 했고, 결국 모든 원숭이가 바나나를 자연스레 기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나치의 잔인한 ‘홀로코스트’를 보며 “평범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확인하려 한 이 실험에서 누구나 사회의 강요에 의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높은 전압의 전류를 타인에게 흘려보낼 수 있음이 증명됐다. 모두가 앉아 있는 강의실에서 연기가 나도 주변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개인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실험도 유명하다.

오찬호는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라고 말한다. “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성공하려면 이것을 반드시 해야 해!”,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만 왜 그래?” 등의 집단논리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개인의 자유의지가 묵살되고 결국 비이성적인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용감한 개인이 비합리적인 집단주의로 굳게 닫힌 사회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다. ‘목격자’의 주인공 상훈(이성민 분)은 살인범에 의해 죽어가는 피해자들을 더 볼 수 없어 마침내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공작’의 주인공 흑금성(황정민 분)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민들을 공격하라고 북측에 요청하는 여당과 안기부에 맞서 공작을 편다. 그리고 둘은 악을 무찌르고 사회를 개선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두 영화의 해피앤딩이 그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용감한 개인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일은 무척 힘들어 보인다. 진실은 차치하더라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고발하기 위해 용기를 낸 김지은씨는 안희정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애꿎은 남자를 유혹해 가정을 파탄 내기 좋아하는 소위 ‘꽃뱀’이라고 매도당한다. 그러나 안희정이 무죄라는 1심 판결을 뒷받침하는 어떤 증거도 김지은씨가 ‘꽃뱀’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다. 이재명 경기지사 문제를 제보한 배우 김부선과 그를 도운 공지영 작가 또한 대중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사회를 혼란시켜온 주범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제보한 어떤 사실도 허위로 판명 나지 않은, 수사단계에 있을 뿐이다.

김지은, 공지영, 김부선이 당하는 비난은 비이성적이며 도가 지나치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 사회가 용기 있는 개인을 억압하고 있고, 어떤 정의로운 사람이 용기를 내든 비이성적으로 억압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기본적 자유의지의 부활’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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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2018-08-25 16:54:12
목격자재밌냐

ㅋㅋㅋㅋ 2018-09-09 21:53:13
김부선,공지영과 김지은의 대응이 다르기 때문이죠.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면서 개인영역에서 공적영역으로
넘어갔으나 김부선은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공지영은
증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고 근거없는 얘기를하죠.

정작 김부선은 물증하나 내놓지 못하고 여기저기 난사
만 하고 있으니 비판받는 것이죠.

김승일 기자를 두 사건을 대하는 당사자의 대응에는
아는게 아무것도 없는체 비난이 도가 지나치다고만
하면 싸잡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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