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대한민국 경찰, ‘무의지·무책임’에 피해자는 죽을 맛
못 믿을 대한민국 경찰, ‘무의지·무책임’에 피해자는 죽을 맛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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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범죄로 피해를 보았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을 때는 다급하게 경찰을 찾게 된다. 공권력을 지닌 경찰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해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연락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기대했던 공권력에 또다시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경찰도 탐정도 아닌 일반인 피해자에게 증거를 찾아 제출할 것을 강요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는 일부 경찰의 태도 때문이다.  

지난달 양재동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A(38)씨는 돌연 수십여 건의 스팸문자가 핸드폰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자신과 관련 없는 내용의 문자가 계속해서 수신되자 기분이 상한 A씨는 항의하려는 마음으로 문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A씨는 직접 가입한 적도 없고 최근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한 마음에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 직접 문의하니 “A씨에 대한 서비스 가입 이력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 순간 A씨는 마치 개인정보를 도용한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김씨는 112를 통해 바로 신고를 했고, 112는 “우리는 해결할 수 없으니 해당지역 지구대에 연락하라”며 지구대 연락처를 안내했다. A씨는 지구대에 연락을 했지만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지구대 담당 경찰관은 “지구대는 수사를 할 수 없으니 해당지역의 경찰서 사이버 수사 쪽으로 연락을 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답답했지만 경찰기관의 업무분담을 이해하고 해당 경찰관에게 “그럼 경찰서에 신고를 하면 되는 건가요?”라고 재차 확인했고, 경찰관은 “그렇다”라는 대답과 함께 경찰서 사이버 담당부서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러나 A씨의 답답함은 이제 시작이었다. 경찰서 사이버수사대 경찰관과 연결돼 유선상으로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담당 경찰관은 “아마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라도 서비스에 가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입을 한 적이 있는지 확인부터 하라”며 오히려 피해자인 A씨를 추궁하는 태도를 보였다. A씨가 “그럴 리 없다”고 항의하자 경찰은 “정 그렇다면 금전적인 피해 등 피해 내용이 정확하냐? 누구를 고발하고 싶냐? 스팸문자를 보낸 당사자냐? 아니면 회사냐?” 등을 물었고, “수사를 진행하기를 원한다면 경찰서를 방문해서 고소장과 증거 제출을 하라”며 피해자의 신고 의지를 꺾었다. 

A씨를 더 황당하게 만든 것은 해당 경찰관의 이야기다. 경찰관은 “근데 나는 스팸문자가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이버 관련 수사 업무를 하면서 스팸문자에 대한 신고는 처음 받았고 스팸문자 관련 수사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불법스팸은 1,000만원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이지만 이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경찰의 태도, 그것도 사이버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찰관이 ‘스팸문자가 불법인지 모르겠다’라는 태도에 A씨는 할 말을 잃었다. 이후에도 경찰의 무책임한 행동은 계속된다. A씨는 해당 경찰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182콜센터에 전화를 했고, 무언가 시원한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182 담당자는 “스팸문자가 불법인지 아닌지 경찰이 정확히 모를 수 있으니, 이런 부분은 피해자가 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해서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회피성 발언이 돌아왔다. 이에 A씨는 경찰청 감찰과에 해당 내용을 직접 전달했고, 일주일 안에 민원에 대한 답변을 준다고 한 감찰과 직원은 한 달이 지나도록 깜깜 무소식이다. 경찰 조직의 어떤 부서도 피해자인 A씨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해결해 줄 의지는 없었다. 현재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이나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몰카 피해를 본 여성들도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다. 지난달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신체가 노출된 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도움을 청한 B씨는 “성기가 노출된 장면을 직접 캡처해 증거로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고 큰 수치감을 느꼈다. 경찰에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증거 수집을 전적으로 피해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경찰의 태도에 사건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 노출 동영상이 해외 서버를 통해 유통될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런 경우 경찰은 “해외사이트는 협조받기가 어려워 증거를 포착하기 어렵다”며 수사 접수 단계에서부터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스토커의 경우에도 공권력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현행법상 스토커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방법은 법원에 ‘접근금지신청’을 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피해자가 스토커의 신원, 주소, 스토킹 당한 증거 등을 직접 제출해야 해 피해자 보호에 있어 현실적인 한계를 지닌다. 설령 접근금지신청이 내려진다 해도 위반 범칙금이 8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4월 1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3개월간 스토킹을 당하던 김정은(31)씨가 스토커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난 17일에는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 BJ를 찾아가 전기충격기로 상해를 입힌 사건도 일어났다. 다치거나 죽기 전에는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체념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지난 5월 법무부가 경찰이 현장에서 긴급 접근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스토킹 처벌법을 입법 예고하긴 했지만 과거 여덟 차례나 철회되거나 폐지된 전례가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항과 관련해 경찰의 직접 개입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결정적 증거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인의 신분으로 증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증거를 찾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설탐정업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신용조사업법을 적용받는 이른바 신용조사소(흥신소)가 있긴 하지만 상거래와 관련한 신용 조사만 가능할 뿐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상거래 관계 외에 사생활을 조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나 개인이 발로 뛰어 증거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피해자가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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