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5일 정도는 밖에서 버텼으니 지금 집에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녀석에게는 침대에서 잔다고 하면 될 일이다. 며칠간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아마 가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버릴 테니, 녀석의 요정권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나도 요정 똥꼬 보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니까. 그래도 정 수치스러워한다면 다시 나오자, 그렇게 결심하고 5일 만에 집으로 향했다. <45쪽>
신 여사님은 안달하던 표정을 벗어던졌다. 그렇지 않아도 대책이 필요했다. 화장실 화장지 실종 사건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여자화장실에서만 휴지 사용량이 폭증했다. 분명 오후 청소를 마치고 얼마 남지 않은 화장지를 새것으로 바꿔놓아도 아침이면 텅텅 빈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 생겼다. 몇몇 여사님이 새것으로 교체한 화장실 화장지가 다음날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몇 번이나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53쪽>
도대체 누가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달 생각을 하냔 말이다. 나는 여자화장실 몰래카메라가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내가 몰래카메라 영상에 관심이 전혀 없는 샌님은 아니다. 이상한 영상도 받아보고 야한 동영상을 돌려봤지만, 여자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이 그렇게 궁금할까 싶었던 것이다. 도대체 뉴스에 나온 놈들은 무엇을 보고 싶어 그런 일을 벌인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69-70쪽>
『나의 빌라』
이한나 지음|카노푸스 펴냄|192쪽|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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