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랑스 선진 노동 문화에서 배우다 『프랑스 일하는 여성처럼』
[리뷰] 프랑스 선진 노동 문화에서 배우다 『프랑스 일하는 여성처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1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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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52시간이라고요? 한국도 선진국인데, 그렇게 많이 일한다니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지난 6월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대담에서 한 말이다. 그의 반문은 이제서야 주당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한국이 경제 대국일지는 몰라도 노동 환경에서는 '시간 빈곤'을 양산하는 후진국임을 말해준다. 

여태껏 우리나라는 장시간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 직장인은 과로가 유발하는 신체적·정신적·관계적·사회적 질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심하면 번아웃증후군·우울증·만성피로·무력감 등의 건강 문제를 겪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관계 단절·소외 경험·과로사 및 과로 자살 등 과로가 유발하는 각종 대형사고를 빈번하게 겪기도 한다. 

『과로사회』의 저자 김영선 작가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노동시간 단축안은 2004년 주당 40시간 근무제 이후 근로기준법을 무력하게 만들어온 몇 가지 악습만 제거한, 큰 변화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한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다움 삶,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프랑스처럼 주당 35시간 근무제, 장기근속자 5주 휴가, 초과근로의 유급휴가 대체 같은 것들을 상상하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는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시간외 근무를 할 수 없도록 돼있다. 주 35시간의 노동시간이 법률로 정해져 있으며 개인이 기업과 계약을 맺을 경우 시간외 근로 4시간을 포함해 총 39시간으로 제한된다. 시간외 근로 4시간은 반일 유급휴가로 대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사람은 야근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일이 끝나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퇴근한다. 업무 시간의 길이와 목표 달성률이 반비례하지 않는 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상사가 권하는 '업무 후 한잔'도 프랑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령 어쩌다 있다고 해도 예의상 한번 응해줄 뿐 두번은 없다. 프랑스 사람은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퇴근 후에는 데이트나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온·오프 스위치를 확실히 바꾸며 생활한다. 

물론 노동시간 제한 없이 일하는 사람도 있다. 노동시간 제한은 '일반' 노동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경영자나 임원, 전문직 프리랜서는 장시간 근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육아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에게 큰 부담일 수 있는데 프랑스 여성은 '누누'라고 부르는 자격증이 있는 보모를 고용해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보통 여러 엄마가 한명의 누누에게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을 함께 맡겨 육아 부담을 줄인다. 

일하다 탈진하는 '번아웃'이란 말이 프랑스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어 그대로를 받아들여 사용하는데 이는 프랑스에서 번아웃이란 현상이 매우 존재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번아웃에 대해 프랑스인에게 물어보면 "프랑스 사람은 죽을 만큼 일하지 않아"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과로나 직장 내 인간관계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대다수는 고통을 참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프랑스 사람의 생활 방식이 '지적 에고이즘'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지적 에고이즘'은 저자가 만들어낸 말로, '개인주의'를 뜻한다. 보통 '에고이즘'은 이기주의로 여겨지는데 저자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개성'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특기를 찾아 배우고자 노력한다. 또 ▲감성에 합리성을 더해 균형있게 판단하고 ▲목적의식을 뚜렷히 하며 즐기려고 노력한다. ▲대화 능력과 토론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지적 에고이즘'을 갖춘 프랑스 노동 문화를 접한다면 자신의 인생을 100배는 즐겁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독자에게 권면한다.  

『프랑스 일하는 여성처럼』
이쿠지마 아유미 지음 | 민경욱 옮김 | 푸른지식 펴냄|172쪽|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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