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에 따른 부부갈등, 남자하기 나름?
고부갈등에 따른 부부갈등, 남자하기 나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8.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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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올해 초 결혼한 김미정(가명·30)씨는 신혼집을 마련할 형편이 못돼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시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부담이 적을 것이란 생각에 시댁살이를 결정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부침이 컸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도 편한 옷차림으로 자유롭게 휴식하기 어려웠고 시어머니가 집안일이라도 할 때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시어머니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많았다. 시어머니는 딸처럼 생각하고 대한다지만 허락 없이 자신의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려 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 남편에게 하소연 해봐도 기대했던 위로는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어머니를 나쁜 사람으로 매도한다며 핏대를 세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시어머니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미현(가명·35)씨는 얼마 전 남편을 따라 대전으로 이사를 갔다. 남편이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고향으로 이사한 이후 시어머니의 잦은 방문이 시작됐다. 시어머니는 연락 없이 찾아오기 일쑤였고 놀란 며느리에게는 “부모가 아들 집에 오면서 꼭 연락을 하고 와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해 시어머니 생신에는 남편이 시간을 내기 어려워 생신 전 주 일요일에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시어머니는 자신의 생일에 따로 무언가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현씨는 괜히 하시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생신 당일에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 연락을 드렸지만 불호령이 떨어졌다. 시어머니는 “내 말을 허투루 듣는거냐. 준비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며 화를 쏟아냈다. 아내는 견디다 못해 이혼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내 인생에 이혼은 있을 수 없다. 부모님도 이혼을 바라시지 않는다”고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들이자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편은 아내와 부모 모두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중재 방법에 관해 누군가는 어머니 앞에서는 어머니 편을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을 들라고 충고하기도 하지만 아내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책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의 저자 강현식은 “남자는 무조건 아내 편을 들어야 한다”면서 “어머니 편을 들면 고부갈등은 물론 부부갈등도 계속되겠지만 아내 편을 들면 아들 내외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이 줄고 원군을 얻은 아내가 어머니를 잘 모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책 『당신, 힘들었겠다』를 출간한 박성덕 연리지가족부부연구소 소장 역시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그는 “남편이 가부장적인 태도를 버리고 부부중심으로 변화할 때 (관계가) 회복되는 가정이 많다”며 “남편이 결혼 전 애착대상이었던 부모를 떠나 아내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야 고부관계도 잘 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부갈등이 생겼을 때 불효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내에게 헌신과 인내를 강요하거나 방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아내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 박 소장은 “남편은 애착을 유도하는 대화법을 사용해 아내에게 호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착을 유도하는 표현법으로는 ‘구나법’이 있는데 아내가 한 말 뒤에 ‘-구나’를 붙여 공감을 표현하면 된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는 아내에게 “그랬구나. 속상한 일이 있었구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내가 “우울하다”, “힘들다” 등의 감정을 표현할 때는 판단이나 평가를 내리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정’은 ‘감정 회복’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아내와 충분한 애착 관계가 형성됐다면 이후에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매주 며느리를 찾는 어머니 때문에 아내가 힘들어 한다면 “어머니가 매주 집에 오라고 해서 힘들었지? 내가 이야기해서 3-4주에 한번 가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절충점을 찾아주는 것이다.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입지는 남성보다 좁았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고구려부터 조선 중기까지는 남녀가 비교적 평등한 위치에서 생활했고 처가살이도 흔한 모습이었다. 가부장적 사회구조는 조선 후기에 유교사상이 사회 근간을 이루면서 급격하게 나타났다. 정창권 고려대학교 교수가 책 『조선의 부부에게 사랑법을 묻다』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권위적인 남편’과 ‘순종적인 아내’가 우리나라 부부의 전형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조선 중기 학자 오휘문이 쓴 일기 『쇄미록』에는 “1592년 10월 4일, 아침에 아내가 나보고 가사를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한참 동안 입씨름을 벌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 조선 중기 문신인 이문건의 『묵재일기』에서도 “1552년 10월 5일, 아내가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물어 ‘기녀가 곁에 있었다’고 대답하니 크게 화를 내고 욕하고 꾸짖었다”며 “아침에 이부자리와 베개를 칼로 찢고 불에 태워버렸다. 두 끼니나 밥을 먹지 않고 종일 투기하며 욕하니 지겹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남편 말 한마디에 집에서 쫓겨나거나 남편이 외도하거나 첩을 들이는 것을 보고도 감내해야했던 조선 후기 여인상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시집 간 여성은 남편 집안사람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가정의 평화가 남편 혼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순 없지만 고부·부부갈등을 해소하는데 남편의 제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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