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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볼만한 8월 만화 축제… 만화는 불량식품이 아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8월은 만화의 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만화 페스티벌 세 개가 연이어 열린다. 일각에서는 “고작 만화 주제에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만화도 엄연히 정보와 사상,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책이자 예술이며, 우리 역사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세계적으로 만화가 시작된 시기는 19세기 후반이다. 이때 만화는 주로 출판물에 실려 그 힘을 얻었으며 지배층과 부조리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았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화가 오노레 도미에는 당시 프랑스 왕 루이 필립을 과일에 빗대 그려 6개월의 금고형을 받았다. 동시대 화가 툴르즈 로트레크 역시 만화에 담긴 풍자로 유명했다.

우리나라 만화는 이보다 늦은 20세기 초반에 시작됐으며 역시 신문 등 출판물에 담겼다. 이때 만화는 그 풍자와 해학의 힘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보탰다. 3·1운동의 성과로 우리 민족이 주체적으로 신문·잡지를 발행할 수 있게 되자, 1920년대 일제강점기 일부 만화가가 제국주의 지배세력에 맞선 민족해방투쟁으로서의 ‘민족만화운동’을 벌인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동아일보> 창간에 참여했으며 신문에 만화를 그리고 만화 작가를 양성하기도 했었던 고(故) 김동성은 1922년 일제가 언론에 대해 강제적인 사법권과 폭력적인 경찰력을 동원하자 이를 소재로 ‘압박 그다음은’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그렸다. 이 만화에서는 한 사람의 얼굴이 크게 그려져 있으며 그 얼굴의 입과 코를 누군가 손으로 막고 있다. 숨이 막히는지 얼굴의 눈은 부릅떠져 있다. 김동성은 이 만화 속에 ‘그대로 놔두면 목구멍이라도 쉬일 걸, 섣부른 짓을 하다가 불똥이 튀게 한다’라는 글을 적어 일제에 경고했다. <시대일보>와 <조선일보> 등에서 만화를 그린 안석주 또한 ‘민족만화운동’에 대해 “세계의 어느 민족에 비해서든지, 비참한 환경에 처한 우리들이 가져야 할 미술운동”이라며 “모든 대중의 이익을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작품을 내놓아야 하겠다”라고 밝히며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일제강점기가 막을 내리고도 풍자와 해학을 담은 만화는 우리 역사에 꾸준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 1955년부터 <동아일보>에 연재된 김성환의 시사풍자만화 ‘고바우 영감’은 ‘경무대에서 똥 치우는 사람도 권력이 있다’는 식의 4컷의 만화로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비판했다. 이처럼, 만화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자 1980년대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은 시사만화와 만평을 검열해 출간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1986년에 <한국일보>에 연재한 만화 ‘두꺼비’에서 안희섭 화백은 당시 투병 중이던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빗댄 ‘각하 만수무강하십시오’라는 제목의 만화를 그려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에 연행되기도 했다.

만화는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외에도, 대중이 문화적으로 향상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여하기도 한다. 한상정 인천대 교수는 논문 「만화콘텐츠가 문화적 삶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서 “독자들은 만화를 보고 읽으면서 즉각적인 즐거움에서 지적 사유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 안에서 취사선택해 즐길 수 있다”며 만화가 다른 문화예술과 마찬가지로 사회문화적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실상 만화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만화를 스스로 아주 쉽게 읽는다고 생각하며 손쉬운 텍스트라고 생각한다”라며 “일반적인 사회적 공헌 외에도 조금 더 구체적인 시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장점들을 더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화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아져서인지, 지난 6월 ‘확장’을 주제로 열린 ‘2018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는 다른 해보다 많은 만화책이 전시됐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만화책을 많이 늘린 이유를 “책은 『칸트』 전집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라이트노벨도 있고 만화도 있다. 이런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시도가 많다”라고 말했다.

만화를 즐기고 싶다면 이번 달이 제격이다. 오는 26일까지 만화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시작은 종합 만화 콘텐츠 축제 ‘디쿠(DICU) 페스티벌’로 지난 11일에 열려 12일까지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펼쳐진다. 대전시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후원하고 대전아마추어만화협회가 주관한다. 축제에서는 아마추어 만화 작가들이 만든 동인지와 팬시 물품을 판매하고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공연을 비롯해 게임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15일부터 19일까지 부천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는 만화 ‘신과 함께’와 ‘안녕 자두야’ 등의 작품이 전시되며 프랑스 만화가 클레망 우브르리(52)가 방한해 독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이 외에도 인기 웹툰 작가 ‘기안84’의 사인회와 만화책 벼룩시장, 경기국제코스프레챔피언십도 열릴 예정이다.

23일부터 26일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에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열린다. 페스티벌은 전시와 영화제로 나눠진다. 전시는 DDP 아트홀 1관에서 진행되며 한국 최초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의 고(故) 신동헌 감독 특별전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영화제는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리며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등 각국의 작품성 있는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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