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지친 노병이 삶의 의지를 찾다
50대 중반의 마법사도, 기사도 아닌 노병 이야기
50대 중반의 마법사도, 기사도 아닌 노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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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부분 천재라고 불리던가, 그렇지 않더라도 머리가 좋거나, 상당히 영악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대부분의 주인공은 마법이던, 검술이던 남들이 10년쯤 배워야 할 것을 단 몇 년, 심하면 몇 달에서 몇 주 만에 배워버린다. 어지간한 몬스터는 위기상황 같은 것은 만들어주지 못한다. 말 그대로 괴물이라기보다는 그냥 연습용의 도구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개가 상당히 빠르다.
그런데, 이번에 흔히 볼수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소설이 등장했다. 보통 ‘정복’해야 하는 소설과는 다르게, ‘무색의 참살자’는 전쟁이 끝나며 시작한다.
사실 전쟁이란 무엇 때문에 시작했고, 어떻게 끝났건,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그렇게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지배자가 아니라면 설사 승자의 위치에 서 있다 하더라도, 일개 병사 정도의 위치라면 달콤한 승리보다는 목숨만 부지할 수 있다면 승패 따위는 상관없을 것이다.
주인공 모건은 10대 중반, 제국의 대륙통일 전쟁에 참전해, 나이 50대 중반 전쟁이 끝나 노병으로 전역한다,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도, 마법사도 아닌 보통의 병사인 모건은 40년간의 전장 생활에서 쌓은 경험으로 무색의 참살자라는 칭호를 받지만, 전역 후 떠돌며 몬스터를 해치우고 받은 돈으로 하루하루를 술로 지새우는 생활을 시작한다. 그때 13살 어린 영주의 눈물 어린 호소가 그를 전장으로 이끄는데…….
trpg(table talk role playing game, 역할 수행 게임)에서 룰의 틈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거나,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캐릭터를 뜻하는 먼치킨은 한때 엄청나게 유행했었다. 현재도 그런 캐릭터는 환생이나, 차원이동을 하는 판타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40년간 전장에서 살았다면 모건도 그렇지 않을까? 판타지를 읽었다면 소드마스터를 알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훨씬 더 강하다는 설정의 등급이 많이 등장해 그 강함이 퇴색하고 있으나 소드마스터는 한때 절대적인 강력함의 상징이었다.
한참 젊음을 뽐낼 나이인 10대 초중반에 그런 엄청난 경지에 올라버리는 경향이 높은 최근의 판타지 소설 주인공들과는 달리, 나이가 50대 중반이며 40년간 전장에서 수많은 공을 세우고 무색의 참살자라는 칭호를 받은 모건은 이 소설에서는 ‘기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소드마스터가 사용하는 ‘오러소드’ 하나 전개하지 못한다. 그저 40년간 배운 검, 창, 활 등의 무기술로 싸워나갈 뿐이다.
‘무색의 참살자’는 청년 시절을 불태워 살아남았지만 자신의 몸 하나 기댈 곳을 찾지 못한 채, 인생에 찌들어 진정한 목표를 잃고 방황의 삶을 살아가던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모건이 인생의 끝자락이라고 생각한 순간,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며 혼란의 시대 속에 새로운 삶의 의지를 세우는 과정을 바라보자
무색의 참살자 1, 2
주일 지음 / 로크미디어 펴냄 / 304쪽 / 각권 8,000원
<유병철 기자> dark@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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