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 싶다면… ‘왕훙’을 잡아라
돈 벌고 싶다면… ‘왕훙’을 잡아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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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열린 ‘시카 클럽 데이’에 1,500명의 왕훙이 참여했다. <사진출처= 라모드치프>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든 기업이든 중국인을 유혹하기 위해 ‘왕훙(罔紅: 웨이보·웨이신·위쳇·이즈보 등 중국 내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명 인터넷 방송인. 인터넷을 뜻하는 왕뤄와 스타를 뜻하는 훙런을 합친 ’왕러훙런‘의 줄임말)’을 공략하는 일명 ‘인플루언서 마케팅(유명인을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은 이제 중국을 상대로 하는 곳에서는 필수가 돼가고 있다. 지자체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업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왕훙을 유혹한다.

‘왕훙’은 우리나라 기업과 지자체에게 그야말로 ‘왕’ 대접을 받는다. 지난달 25일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 ‘버닝썬’은 중국 왕훙들로 북적였다. 코스닥 상장사 ‘지엠피(GMP)’의 자회사인 화장품 업체 ‘VT코스메틱’이 주최하고 브리티시 캐쥬얼 브랜드 ‘라모드치프’가 협찬한 파티 ‘시카 클럽 데이’가 열린 것이다. 왕홍 등 중국의 영향력 있는 인터넷 스타 1,000여명이 초대됐고 보이그룹 ‘멋진 녀석들’을 비롯해 디제이 ‘춘자’ 등 유명인들이 이들을 위한 공연을 펼쳤다.

‘왕훙 마케팅’을 내세운 신세계 면세점 강남점도 지난달 13일 오픈 첫날부터 왕훙들로 북적였다. 국내 최초로 왕훙들을 위한 촬영공간인 ‘스튜디오 S’를 조성하고 오픈 일에 맞춰 왕훙들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S’에 마련된 셀카존과 라이브 방송존 곳곳에서 왕훙들이 면세점의 물건들을 SNS 이용자들에게 생방송으로 소개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외에도 LG생활건강은 최근 70여명의 왕훙과 함께 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의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으며, 코트라는 지난 5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왕훙 생방송 판촉전’을 개최했다.

기업이 이렇게 왕훙을 극진히 대접하는 이유는 왕훙을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 ‘아미코스메틱’은 적극적인 왕훙 마케팅 덕분에 개점 10개월만에 판촉 영상의 누적 조회 수가 15억이 넘었다. 동성제약 역시 지난 6월 18일부터 한 달간 왕훙을 통해 6만개의 상품을 판매했다. ‘제이준코스메틱’도 왕훙 300여명을 공장에 초청하는 등 2016년부터 꾸준히 왕훙을 타깃으로 마케팅 행사를 연 결과 25억 장에 달하는 마스크팩을 중국에 팔았다.

기업만이 아니다. 관광객을 모으려는 지자체도 왕훙을 대접한다. 인천시 강화군은 올해 초 왕홍 15명을 초대해 관광지를 소개하는 개인 라이브방송을 하도록 요청했다. 이들은 석모도의 미네랄 온천, 민머루 해수욕장 등을 둘러보고 인삼센터와 장어마을에서 식사했다. 이들의 활동은 모두 각자의 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부산시도 사드 규제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했던 지난해 왕훙을 활용한 온라인 홍보를 6대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웠다. 경상북도 또한 왕훙을 초청해 팸투어(사전답사 여행)를 진행했다.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금지 조치 후 급감했던 중국인 방한객이 작년 대비 49% 증가한 것도 이러한 지자체의 왕훙 대접의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과 지자체들이 왕훙을 적극 이용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유한 어마어마한 구독자, 혹은 팔로워들 때문이다. 중국 인구는 약 14억으로 우리나라의 약 28배다. 따라서 중국 SNS 스타들이 보유한 구독자 수 또한 우리나라 스타들이 보유한 구독자 수와 비교가 안 된다. 한 명의 스타가 수백만에서 수천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다. 예를 들어 5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왕홍이 두 명만 홍보를 해도 서울시 전체 인구(986만명)보다, 부산·경남·인천의 인구(981만명)를 합친 것보다 많은 사람에게 홍보가 된다. 지난해 코트라는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 진출방식 제언’ 보고서에서 “왕훙은 수백만 팔로워에게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에서 큰 파급력을 낼 수 있다”라며 “왕훙 마케팅이 가성비가 높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중국을 대상으로 활동할 기업과 지자체들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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