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 아이도 유튜브 ‘관종’?
설마 내 아이도 유튜브 ‘관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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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인터넷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인기를 얻기 위해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방송인이 많다. 그리고 이 방송인들은 대부분 20대나 10대로 나이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네 별풍선 100개 감사드립니다.” 아프리카 TV의 한 방송에서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주장하는 어느 방송인은 시청자가 별풍선(인터넷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에서 1개당 100원꼴로 환산되는 사이버 머니)을 선물하자 물구나무를 서고 물건을 때려 부순다. 그는 끊임없이 “구독 부탁드립니다”라며 시청자를 늘리려고 노력한다. 한 페이스북 방송에서는 중학생 방송인이 ‘좋아요(특정한 콘텐츠를 좋아하거나 즐기거나 지지한다는 표현)’를 받기 위해 많은 음식을 먹고 배가 차면 옆에 있는 바가지에 구토를 하고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지난 5월에는 몇몇 초등학생이 조회 수와 구독자 수를 올리기 위해 유튜브에 자신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의 엉덩이를 몰래 찍은 일명 ‘엄마 몰카’를 올려 문제가 됐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청소년 방송인들은 인기를 위해 남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기도 한다.

“학교에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제일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 한 시간 안에 좋아요가 30개 이상 안 올라가면 글을 내려버려요.”

“저는 페이스북 ‘관종(관심이나 인기를 얻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에요.”

요즘 청소년들의 희망 사항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이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이유는 더 큰 인기를 얻기 위함이다. 그리고 유독 10대와 20대의 청소년들이 인기에 집착하는 데에는 생물학적인 원인이 있다. 미치 프린스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임상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책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에서 청소년들이 인기를 얻기 위해 충동적인 행위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프린스틴 교수는 “청소년은 사실상 인기에 중독되는 셈”이라며 “청소년기에는 모든 종류의 보상에 반응하는 뇌의 ‘복측 선조체’가 사회적인 보상을 경험할 때 특히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열세 살 무렵에는 인기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해 보인다. 청소년들은 이 시기에 친구 중에, 혹은 방송인 중에 누가 인기가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머리를 짜내며, 인기가 떨어지면 기가 죽는다. 또한, 이 무렵에는 어떻게 해야 빠르게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지 늘 고민하고, 인기가 많은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애쓴다.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이 SNS 등에서 ‘좋아요’를 받고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는 높은 인기를 얻거나 그 인기를 필사적으로 지키기 위해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이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감행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프린스틴은 “나중에 비이성적인 행동이었다고 반성할지언정 자기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저질러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프린스틴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인기를 지키기 위해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 SNS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영상을 찍는 것은 약과다. 유명 방송인의 집에 돌을 던지거나, ‘엄마 몰카’를 찍고, 친구에게 서슴없이 욕을 하고, 지하철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행동은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문제다. 프린스틴은 이들이 “인기 있는 유명인에게 무분별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가 영상에서 상대를 괴롭히거나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프린스틴에 따르면, 20대 중반쯤 되면 대뇌피질이 ‘복측 선조체’의 충동을 억누르고 분별 있게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 부모들은 너무 불안하다. 요즘 아이들은 움직이는 시간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떤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찍을지 모르는 일이다. 청소년들의 신체적 발달이 이뤄지기 전에 자신의 충동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도덕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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