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목숨보다 소중한 평판
[박흥식 칼럼] 목숨보다 소중한 평판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18.08.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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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
前 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명예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에겐 평판이 목숨보다 소중하다. 최근 국민의 사랑을 받던 정치인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는 한국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상징과도 같던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이다.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떠나간 그의 지난 행적을 그리워하며 애석한 마음과 그가 못다 이룬 업적과 지향하던 삶을 아쉬워하고 있다.

척박했던 진보 정치의 희망을 쌓기 위해 갖은 고난을 딛고 인권과 노동운동에 매진해온 족적을 뒤로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평소 대중의 사랑과 많은 지지를 받고 존경받던 그가 왜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까. 그에게는 대중의 평판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국민에게 노동자와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인권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다른 정치인에 비해 유머가 뛰어나고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크린(Clean)' 정치인 이란 이미지로 평가받고 존경받았다 .

그러던 그가 최근 드루킹 사건의 피의자로 그의 이름이 등장하고 국민 여론 속에 그의 이름이 계속 지속되고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게 됐다.

그의 이러한 선택은 그가 그동안 누구보다 도덕적 삶을 지향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무엇보다 대의와 진리를 추구하며 명예와 정의를 소중히 하며 살아온 자신의 자존감과 삶의 철학에 기인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이런 평소 정치 행적은 대중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의 원천이었고 대중 평판의 근원이 됐다. 이러한 그의 평판도 어느 날 드루킹 사건의 피의자란 낙인이 찍힌 순간 지금까지 쌓아온 평판에 치명적인 급소로 작용한 것이다. 수사결과에 따라 한순간에 그의 명예도 신뢰도 존경도 잃어버릴 수 있는 처지가 됐다.

평판이란 현재의 나를 지탱하고 미래의 나의 운명을 좌우하는 자신만의 무형자산이다. 특히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과 연예인 등에게는 평판이 곧 자신의 길이요 생명과도 같다.

그는 지나간 자신의 행적 속에서 진보정치인이자 대중정치인, 용접공출신 노동운동가, 위트있는 달변가 등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평화인, 문화인, 자유인이라 칭했다. 그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 고통과 슬픔의 자리에 방치된 사람들, 수치와 모욕 멸시와 냉대에 노출된 사람들, 빈민, 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약자들의 편에 서서 인권운동에 앞장섰다고 평가될 것이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그의 부드러운 말과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은유와 위트가 넘치던 그의 언변을 통해 보통정치인과 다른 문화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는 대중의 평판을 지속하고 자신의 말과 소신을 지키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내준 것이다.

반면 그가 살아남아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돈 받은 사실이 수사결과로 발표됐다면 그의 평판은 어찌 됐겠는가.

노 원내대표는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며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후회했다.

죽음을 앞두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만일 그가 평판보다 생명을 더 소중히 여겼다면 그의 평판은 어떻게 됐을까. 그가 추구해온 가치와 신념은 계속 보존 될 수 있었을까. 정직한 사람. 양심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노회찬은 평판을 잃는 것보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일 수사가 계속되고 수사결과로 진실이 밝혀졌다면, 청년시절 유신독재에 반대하고, 노동운동에 몸 바쳤으며, 정치에 입문해서는 재벌비리를 파헤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헌신하고, 부드러운 말과 익살을 통해 정치판의 삭막함을 녹여 주고 단벌신사로 불릴 만큼 청렴하고 소탈했던 그의 이미지는 계속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치권 인사들은 "'진보정치의 아이콘'과 같았던 노 원내대표가 돈 받은 사실이 들어 났을 때 당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한다.

노 대표의 결단에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공적책임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그는 목숨보다 중요한 대중의 평판으로 내적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이 시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평판이다. 평판은 이제 우리개인이 생존하며 성장하는 절대 가치 중 하나이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노 대표, 그는 불미스러운 의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죽음과 함께 도덕성과 청렴하고 소탈한 이미지와 진보정치인 평화인, 문화인, 자유인이란 평판으로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한 이름을 남기고 떠났다.

그가 한평생 꿈꿔온 소외 없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투신한 정치인 그의 자유로운 영혼에 묵념하며,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평판으로 오래 머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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