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내부고발자가 사는 법... ‘소송·망신·외톨이’
한국에서 내부고발자가 사는 법... ‘소송·망신·외톨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3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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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국에서 내부고발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직장 내 따돌림과 망신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소송에 휘말리면서 막대한 정신·물질적 피해를 입기도 한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공익을 저버린 사안을 폭로한다고 해도 내부고발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우리나라 특유의 관점이 작용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순사와 결탁해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며 무고한 평민을 괴롭힌 친일파에 대한 기억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한국가스공사에 근무하는 A씨는 2014년 10월 사측의 잘못으로 경남 통영에서 일어난 굴삭기 침수 사고와 관련해 해당 기지 본부장이 은폐·축소하려 했던 일을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해당 일로 고위 임원이 징계를 받게 됐지만 가스공사 측은 징계 사실을 게시하면서 고발인 신분인 A씨의 실명을 함께 공개해버렸다. 이에 권익위는 A씨의 신원을 노출한 감사실의 징계를 추가로 요구했지만 가스공사 측은 얼마 뒤 오히려 감사실 직원들을 승진시켰다. 반면 A씨는 실명 공개 이후 줄곧 따가운 시선과 함께 직장 내 따돌림을 감내해야 했다. 

2011년 3월 29일 마련된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요청해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신고자의 신원을 누설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있다. 하지만 제도와 현실의 괴리로 인해 신고자가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제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내부고발자가 가장 먼저 당하는 불이익은 소속 기관·기업의 내부 징계다. 피고발 기관·기업은 고발인의 신고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내부 인사 규정 등을 근거로 감봉·강등·해고·파면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2014년 대한항공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내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기수를 돌린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사측으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박창진 당시 사무장은 해당 사건 이후 영어 발음을 문제 삼아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돼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박 전 사무장은 “저는 대한항공 사무장급 영어 점수에서 상위 10%에 들 정도의 실력이지만 사측이 L과 R발음, 젠틀‘맨’이냐 젠틀‘먼’이냐 등을 문제 삼는다”고 부당함을 주장한 바 있다. ‘땅콩회항’ 사건 이전에는 문제시 되지 않았던 영어 발음을 이유로 한 갑작스런 인사 조치에 인사보복이라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고발인에 대한 고소·고발 역시 빈번하게 자행되는 보복이다. 지난 23일 작고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공익을 추구했지만 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취급하면서 처벌을 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이른바 ‘떡값 검사’ 7명의 이름이 담긴 ‘삼성X파일’을 2005년 국회에서 공개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하면서 2013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반면 뇌물공여혐의를 받았던 이건희 삼성 회장,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범죄정황이 인정되지만, 공소시효(뇌물공여죄의 경우 7년)가 만료됐다는 점과 불법 도청에 의한 증거는 효력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무혐의 판결이 받았다. 故 노 의원의 재판이 진행되던 2007년에는 김용철 전 삼성 법무실장이 이건희 회장이 정·관계 인사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였다는 내부 문건을 공개해 큰 파장을 낳기도 했다. 해당 사건으로 특별검사 팀까지 꾸려졌지만 관련자 대부분을 불구속 입건하면서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실장과 그 가족은 거센 풍파에 휩싸였으며 해당 내용은 김 전 실장의 저서 『삼성을 생각하다』, 김 전 실장의 아내 양수화씨가 펴낸 『개똥참외의 편지』에 자세히 기술됐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내부고발을 위해서는 불법 정황이 담긴 증거를 찾고 분명한 수치로 명목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단순히 “업무 시간이 부당한 것 같다”가 아닌 “고용계약서에 비해 노동 시간이 일평균 2시간을 초과하며 야근 수당을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 등의 형태로 말이다. 이후에는 고발 내용을 제보할 기관을 확실히 해야 한다. 정부 기관의 감사실, 국민권익위원회, 군 인권센터, 시민단체 등 다양한 기관 중 제보 내용에 알맞은 곳을 선택해야 하며, 자신을 사회·법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 언론을 이용해 상황을 크게 벌이면서 외압 개입의 여지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부고발 전에는 반드시 전문 기관의 자문을 얻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으며 고발 이후에는 시정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면서 사건이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내부 고발에 따른 피해 사례가 지난해에만 31건에 달하면서 7년 전보다 5배 늘어난 수치를 보인다. 고발인 보호 제도에 허점이 있거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올해 10월 18일 부터는 변호사를 통해 익명으로 공익신고가 가능해지는 등 고발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더욱 철저한 제도 마련을 위한 목소리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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