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사 된 반려동물... 사람에 다친 마음 동물이 치료하다
심리치료사 된 반려동물... 사람에 다친 마음 동물이 치료하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30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설희야 아빠 왔다” 

직장인 유모(41)씨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설 때면 늘 애완용 거북을 찾는다. 유씨의 부름에 성인 몸통만 한 ‘설희’(설가타 육지거북)는 느린 걸음으로 다가와 툭툭 치며 알은체를 한다. 거북이 사랑이 유별나 ‘거북이 아빠’로 통하는 유씨는 설가타 육지거북 외에도 자라, 늑대거북, 코코넛크랩을 함께 키우고 있다.

직장인 김모(45)씨는 요즘 황금달팽이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여타 반려동물에 비해 교감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팔뚝에 올려놓고 마주보고 있으면 마치 주인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또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신경 쓸 거리가 많지 않아 부담도 적은 편이다.  

그간 개와 고양이 등이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사랑받았지만 최근에는 이색·희귀반려동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개·고양이와는 다른 성향의 동물을 선호한다. 

최근 하늘다람쥐를 분양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낮 시간에 잠을 자고 밤에 움직이는 등 주인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자신의 생활 패턴을 맞추는 영리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또 분리불안 증세가 적고 털이 크게 날리지도 않아 청결 유지 측면에서 부담도 적다. 하늘다람쥐의 IQ는 85로 고양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대소변을 가리며 주인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주인의 귀가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야생동물 전문가 한성용씨는 책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에서 “시중에서 분양되는 하늘다람쥐 대부분은 서던 플라잉 스쿼럴(Southern flying squirrel)이라 불리는 북미산 하늘다람쥐”라면서 “한국 토종 하늘다람쥐는 해마다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 위기 상황에 놓인 상태”라고 말했다.  

족제비과 동물인 페럿도 주목을 받는다. 책 『반려동물 키우기』에 따르면 페럿은 장난기 많고 활발한 성격을 지녀 주인에게 놀아달라고 조를 때가 많다. 머리가 좋아 배변 훈련도 가능하지만 발정기에 악취를 내뿜고 튀어나온 송곳니로 전선 등을 물어뜯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반려동물을 분양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 반려동물 분양점이 속속 등장하면서 손쉬운 분양이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의 습성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분양을 받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반려동물은 10만2,000여마리에 달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색 반려동물을 분양받기 전에 이색 동물 체험 카페를 방문해 동물들의 습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강남구에 위치한 ‘쿠펫스토어’(파충류), 마포구의 ‘갈라파고스’(다람쥐·조류·파충류), 마포구의 ‘맹쿤’(라쿤) 등을 방문하면 직접 동물을 접해 볼 수 있다. 곳에 따라 인원제한으로 대기해야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해가 갈수록 반려동물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올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지난해 기록인 2조3,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육아용품 시장 규모가 3조원대로 추정되는 점에 비춰볼 때 상당한 수치다. 통계청은 2020년까지 반려동물시장이 6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에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의 피로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힘든 업무와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이 반려동물로부터 위로와 평안을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북이 아빠’ 유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서 자기만족을 느낀다”며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황금달팽이를 키우는 김씨 역시 “(달팽이로 인해) 피로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이 심리 치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심리치료견이 불리불안,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환자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 트라우마 환자의 심리 치료에 투입되고 있다. 미국 켄넬 클럽에서 운영하는 교육과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거쳐 양성된 심리치료견은 2012년 어린 학생 20명이 사망한 샌디훅 초등학교 테러,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피해자의 심리치료에 투입돼 환자의 상처 난 마음의 회복을 도왔다. 이 외에도 참전군인, 암환자, 자폐아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고 있다. 

과거 반려동물이 일방적으로 인간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치부됐다면 이제는 서로의 필요를 주고받는 쌍방향적인 관계로 발전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리 치료 같은 사람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내기도 한다. 다만 ‘가까이 두고 즐거워하는 동물’을 뜻하는 애완동물(愛玩動物)이란 용어가 ‘짝이 되는 동무’란 의미의 반려동물(伴侶動物)로 격상되는 등 확대된 애완동물의 입지가 그만큼 마음에 상처 있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으로 여겨져 씁쓸함을 자아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