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검사를 치른 학생들에게
대학수학능력검사를 치른 학생들에게
  • 이병헌
  • 승인 2006.04.05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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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지난 11월 23일 수요일에 치른 대학수학능력검사를 치른 수험생 여러분, 정말로 수고 많이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12년간 학습한 것이 단 하루의 시험으로 판결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서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시험을 잘 못 치른 학생 몇 명이 예상되는 결과 때문에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여러분들에게 그런 아픔을 남겨준 것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쉬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세요. 물론 지금 또 다른 전형을 앞두고 논술에 열중인 학생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12년 동안 가장 길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학교와 과 선택에 고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해 보길 바랍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방법은 많이 있지요. 벌써 운전학원에 등록을 하고 학과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이 있고, 온라인 게임을 하느라 밤과 낮을 바꾸는 경우도 있으며, 놀이공원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고궁을 찾으며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읽고 싶었던 책을 읽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에게 압력으로 다가왔던 수능 이후에 새로운 '독서'라는 세계에 빠지길 권합니다. 여러분들처럼 젊은 시절에 읽은 책은 앞으로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실 우리 나라의 중·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대학수학능력검사를 치르기 위한 단계에 불과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이 그렇습니다. 책을 전부 읽지 말고 간추려 놓은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을 읽은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책을 읽을 시간입니다. 공공도서관, 책 대여 점 혹은 서점에 가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 것인지 생각하십시오. 하지만 편식을 하지말길 바랍니다. 치우친 독서보다는 폭 넓은 독서가 여러분들에게 많은 영양분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평소에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했던 대하소설을 읽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 함께 호흡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머리로 읽지 말고 가슴으로 읽기를 바랍니다. 머리로 읽으면 잠시 머물러 있지만 가슴으로 읽으면 감동이 평생 갈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은 다음에는 메모를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 메모는 종이에 할 수도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 여러분의 성을 만들고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것은 여러분들이 이십 년 삼십 년 후에 읽은 책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가지도록 할 것 입니. 혹시 이 편지가 여러분들에게 또 다른 무게를 주었다면 제가 드린 말을 여러분들의 머릿속에서 제하여 주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독서신문 1394호 [200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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