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쫓고 싶다면... 정답은 ‘공포물’
더위 쫓고 싶다면... 정답은 ‘공포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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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자연재난 수준의 더위가 밤낮없이 계속되면서 올여름 들어 1487명(26일 오전 기준)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17명이 사망했다. 폭염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으나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더위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는다. 

에어컨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20여년 전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선풍기와 물, 얼음이 효자·효녀 노릇을 했다. 샤워는 물론 수시로 등목을 하고 얼린 물이 담긴 그릇을 선풍기 앞에 둬 찬바람을 만들었다. 지금은 묶음 판매나 할인 판매를 해야 팔리는 아이스크림도 당시에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저렴한 가격에 잠시나마 더위를 몰아낼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가 즐겼다. 하지만 에어컨 보급률이 점차 높아지고 아이스커피 등 대용품의 판매가 늘면서 이런 방법은 자취를 감추거나 그 인기가 크게 꺾였다. 

그런 중에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공포물’이다. 20여년 전 여름철이면 방송국은 으레 납량 특집물을 편성했고, SBS ‘토요미스테리 극장’ MBC ‘이야기속으로’ 등의 방송은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보다 콘텐츠가 많지 않았던 시절 납량특집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오싹한 느낌에 더위가 물러가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책 『과학 에세이』에 따르면 차가운 것이 피부에 닿으면 시상하부(신경세포가 존재하는 뇌 부위)는 차갑다는 것을 인지하고 피부 근처의 혈관을 닫고 근육을 수축하는데, 이로 인해 피부 혈관에 혈액 공급이 줄어들고 피부 온도가 내려가 상대적으로 추위를 느끼게 된다. 이런 신체현상은 소름 끼치는 무서운 순간을 경험했을 때에도 동일하게 발생하는데, 추울 때 입모근(털을 세우는 근육)이 수축해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처럼 공포를 느낄 때도 뒷덜미의 털이 곤두서고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공포감에 의한 반응은 뇌의 명령을 거친 시상하부의 작용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자율신경계의 작용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지닐 뿐 추위를 느낄 때 나타나는 신체 반응과 동일하다. 

그런 점에서 집에서 시청하는 공포영화는 더위를 피하는 좋은 수단으로 여겨진다.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에 한국적 무속신앙 분위기를 더한 영화 ‘곡성(2016년)’이나 새엄마와 두 자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룬 ‘장화, 홍련(2003년)’ 등을 늦은 밤 집에서 혼자 본다면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를 물리칠 가능성이 크다. 또 1972년 베트남에 파병된 모 부대의 200명의 병사가 정체를 모를 존재와 싸우다 한명만이 살아남는다는 내용의 ‘알포인트(2004)’,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 실종설 등 섬뜩한 괴담으로 가득한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곤지암(2017)’도 더위를 물리치기에 충분하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이다.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책이 지닌 강점은 긴 여운을 남기며 더위를 멀리 몰아낸다. 미스터리 추리소설로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을 추천한다. 이 책은 1992년 출간된 이후 2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일본의 사회적 병리를 치밀한 서술 트릭으로 완성도 높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갖 패륜과 변태적 살인을 다룬 내용에 한 독자는 “문장 마디마디에서 피비린내가 물씬 나는 듯한 작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작품으로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읽어볼만 하다. ‘살인자의 아들’이라 낙인찍힌 주인공이 아버지와 관련한 죽음의 비밀을 추적한다는 내용의 해당 책은 많은 독자에게 “대단하다”는 극찬을 불러일으키며 사랑받았다. 올해 3월에는 류승룡, 장동건 등이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일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유튜브 공포물도 더위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유튜브에 ‘공포’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공포게임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방송하는 수많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표시된다. 그중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는 ‘대도서관’으로 지난 23일 기준으로 구독자 수 178만여명을 기록했다. 공포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을 펼치며 실감나는 상황극으로 두터운 팬층을 구성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포게임을 전혀 못하지만 저 보다 겁이 많은 분을 위한 공포게임 대리 만족 방송’을 표방하며 구독자 수 53만여명을 모집한 ‘김왼팔’, 구독자 수 27만여명에 달하는 ‘수탉’ 등이 공포 게임 부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무서운 이야기로 구독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유튜버도 있다, 2012년 아프리카TV에서 공포방송을 시작해 유튜브까지 진출한 ‘쌈무이’는 ‘공포라디오0.4MHz’를 통해 매일 2편의 영상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영상은 주로 구독자의 괴담 사연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때로는 구독자를 찾아가 ‘공포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구독자 수는 12만여명에 달하며 지난해에는 컬투 정찬우가 출연해 오싹한 경험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 외에 구독자 수 11만여명을 보유한 ‘도쿄K짱’은 일본에 거주하면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각각 ‘세계 범죄&심령 이야기’, ‘일본 범죄&심령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을 탄탄하게 구성해 제공하면서 구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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