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어처구니없는 과학 실수가 낳은 공학 재난 이야기
[책 속 명문장] 어처구니없는 과학 실수가 낳은 공학 재난 이야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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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웅장한 콜로세움을 비롯해 로마 전역에 산재해 있는 고대 유적을 보면 로마의 건축 기술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중략) 그런데 피데나이 경기장 붕괴는 다른 의심을 하게 만든다. (중략) 콜로세움을 비롯한 당시 주요 경기장의 건축 재료는 콘크리트와 돌 혼합물이었는데, 강도와 내구성이 보장되지만 값이 비쌌다. (피데나이는) 돌보다 싸고 강도는 훨씬 약한 나무로 경기장을 짓고 몇 가지 공사 과정도 건너뛰었다. 5만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을 무렵 불길한 흔들림이 감지됐고 곧이어 경기장이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사람이 잔해에 매몰됐다. 전쟁이 빈번했던 로마 시대 사람들은 떼죽음에 익숙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피데나이 참사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의원들은 공공건물을 신축할 때 반드시 충분한 토대를 세워야 한다는 것과 40만 세스테르티우스(현대 화폐로 약 70만 달러)이상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은 공공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28-31쪽>

피사의 사탑이 한쪽으로 쏠린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바로 불안정한 토양과 부적절한 기초다. 1173년 이 탑을 짓기 시작할 때 그 땅에 이미 대형 성당과 세례당이 세워져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건축가들이 둘 중 하나를 소홀히 다뤘음이 분명하다. (중략) 20세기에 와서야 탑이 기우는 현상 자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최소한 무너지지는 않게 해야 했다. 1911년 과학자들이 측량을 통해 탑 꼭대기가 1년에 0.1cm씩 기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89년 파비아에서 비슷한 탑이 무너지자 피사의 사탑 출입이 금지됐다. 세계 각지에서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모여들어 이 탑을 구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그렇게 1990년부터 기운 방향과 반대쪽의 건물 밑부분 흙을 조금씩 파내기 시작했다. 무게중심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원리에 기초한 작업이었다. 탑은 2001년 다시 공개됐다. 당시 공학자들은 향후 300년 동안 안전하리라 장담했는데, 과연 정말인지는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44-45쪽> 

타이타닉 호에 적용된 설계 대부분이 공학적 실수를 토대로 결정됐다. 설계자들은 이 배를 열여섯 개 '수밀구획'으로 나누고 격벽이라 불린 수직 벽을 각 구역 사이에 설치했다. 배가 무엇인가와 충돌해서 선체에 구멍이 뚫려 물이 들어오면 격벽이 일제히 닫힌다. 물이 들어온 구역은 저수지처럼 차단되는 것이다. 설계자들은 네 개 구역까지 물이 차올라도 배가 계속 떠 있을 수 있으며, 나머지 구역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략) 타이타닉 호가 물에 뜰 수 있었던 원리를 파악해야 침몰의 원인을 알 수 있다. 타이타닉 호는 길이 268m, 높이 53m, 무게 4만6,000톤에 달하는 거대한 철제 선박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배가 물에 뜰 수 있었던 이유는 부력 때문이었다. 수밀구획은 배의 밀도를 낮추고 부력을 유지해준다. 하지만 한 구역에 차오른 물이 넘쳐 옆 구역으로 넘어갈 경우 배 안에 머물며 부력을 만들어내던 공기가 밖으로 밀려 나가고, 이 때문에 배가 오히려 더 빨리 침몰하게 된다. <76-77쪽> 

『너무 무서워서 잠 못드는 공학 이야기』
션 코널리 지음 | 하연희 옮김 | 생각의길 펴냄|25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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