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알아두면 유식한 척 가능… 수영에 대한 모든 것
여름휴가 알아두면 유식한 척 가능… 수영에 대한 모든 것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7.18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아 시절부터 헤엄치기 시작한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물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기도 안쪽을 닫고 팔다리를 휘젓는 동작을 한다. 이렇듯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접하는 수영에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을 수밖에 없다. 현역 수영 코치이자 스포츠 연구자인 에릭 살린은 그의 책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에서 우리가 잘 모르는 지식들을 설명한다.

수영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한다. 과학자들이 지난 25년 동안 진지하게 평가하고 있는 ‘수생 유인원 가설’에 따르면 우리의 가장 최근 선조라고 평가되는 네안데르탈인(기원전 25만년~3만년)은 물에 살았으며 섬까지 헤엄쳐서 갈 수 있는 수영 실력을 갖췄다. 이 학설에 따르면 인간은 땅에서 두 발이 닿기도 전에 물속에서 걸었다. 고대에는 물속을 탐험할 수 있는 다이빙벨 기술이 발달했다.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같은 대제국들은 바다로 진출하면서 선원과 군인에게 수영을 귀중한 기술로 가르쳤고, 국가에는 점차 인공 수영장이 늘어났다. 바이킹으로 더 잘 알려진 노르드인들은 숲과 산으로 가로막힌 해안가에 살았고 정복할 새로운 땅을 찾아 바다 건너를 살펴야만 했다. 수영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세시대 수영은 한때 금기이기도 했다. 기독교는 인간의 나체를 찬미하던 그리스-로마의 예술과 ‘운동 문화’를 억압했다. 모든 사회계층이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벌거벗었던 체육관과 공중목욕탕은 문을 닫게 됐고 교회는 수영을 도덕적으로 좋지 않은 것으로 규정했다. 더 나아가 수영을 마녀의 사악한 마법과 연결 짓기도 했다. 이런 수영에 대한 억압은 당시 퍼졌던 말라리아 같은 수인성 질병 때문이기도 했다.

잠수부가 얕은 해저를 걸을 수 있도록 지면과 연결된 공기호스가 달린 잠수복은 18세기에 개발됐다. 20세기 초에는 과학자들이 군인과 잠수부들이 입을 산소통 달린 잠수복을 만들었고, 이런 기술 발전이 도래하면서 20세기 후반에는 취미 수영과 스포츠 수영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미래에는 수영이 인간의 기본 이동 방식인 걷기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해 지표면 대부분이 언젠가 물에 잠기게 될 것이고, 인구가 늘어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육지의 천연자원이 고갈되면 바다를 이용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게 될 것이고 따라서 수영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영은 ‘부’와도 연결된다. 금속이 드물거나 또는 가공할 수 없던 시절, 수영을 통해 구할 수 있던 조개껍데기는 화폐로 쓰였다. 신석기시대 에게해에서 채집된 국화조개껍데기는 보석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또한, 수영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진주는 고대의 ‘욕망의 대상’이자 사치품이었다. 비잔틴 시대 황실의 특권이었던 보라색 염료 ‘티리언 퍼플’의 원료인 포식성 바다 달팽이도 수영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중세 유럽에서 천연진주는 엄청난 화폐적·상징적 가치를 가졌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비싼 진주인 ‘라 페레그리나’와 ‘라 펠레그리나’는 스페인 왕가에서 소유했다. 오늘날에는 다른 의미로 부와 연결된다.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수영 장비와 수영장 비용을 내야 하기에 수영은 저렴하지는 않은 스포츠에 속한다.

수영은 심리학자들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수영을 우리의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더 높은 자아가 통제하거나 감독할 수 없는 정신의 일부분인, 감정과 무의식, 성의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수영은 과거부터 인간의 욕망이 돼왔으며 이런 욕망은 ‘인어’라는 상징을 통해 나타나기도 했다. 깊은 물에서 능숙하게 헤엄을 치는 아름답고 우아한 인어가 수영에 대한 인간의 깊고 지속적인 감정적 연결고리를 상징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서구 유럽에서 수영하는 법에 대한 실용적 조언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책은 니콜라스 빈만의 『콜림베테스, 또는 수영의 기술에 관한 대화』(1538)다. 이 책은 수영을 군사 기술이나 치료용 운동의 형태로 장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익사 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수영에 관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은 에버라드 디그비 케임브리지 교수의 「수영 기술」(1587)이다. 그는 수용을 군용 기술과 건강을 되살리는 운동으로 규정했다. 안전하게 입수하는 법, 물에서 나아가는 법, 회전하기, 뜨기, 잠수와 다이빙 등을 다루며 43개의 목판화를 삽입했다. 디그비 교수는 이 책에서 배영과 평영, 횡영, 개헤엄을 설명했다. 괴짜였던 그는 물 밖으로 한쪽 다리 들기, 부츠 신는 척하거나 발톱 깎는 척하기, 등을 대고 누워 양다리로 춤추기 등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방법들도 소개했다.


『처음 읽는 수영 세계사』
에릭 샬린 지음|김지원 옮김|이케이북 펴냄|436쪽|18,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