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소노 아야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작가의 말] 소노 아야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7.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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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나는 지금까지 웬만하면 ‘사랑’이란 말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사랑이란 말은 그 의미가 광대해서 많은 사람이 별생각 없이 흔하게 쓰고 있지만, 사실 사랑이란 말은 그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들처럼 나도 그 말을 쓰는 데 그리 까다롭게 굴지 말자고 자신을 타일렀다.

나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는가.’

불길에 휩싸인 집 안에 어린아이 혼자 남아 있을 때,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사람들이 만류해도 불길 속으로 뛰어들려고 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동물적인 본능일지라도 그것이 사랑인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 또는 여자를 위해 죽을 수 있는가.’

그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십자가’다.

상대를 위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그 외의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절망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불가사의함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사랑할 방법이 있다는 데 있다. 나는 그 지혜를 어느 수녀님에게 배웠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도 위선도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것을 비난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존재가 못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사랑이란 말을 자주 쓰면서도 한평생 진정한 사랑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주로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오히려 사랑하는 일에는 서툰 경우가 많다. 사랑이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완결된 세계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사랑은 실용품이 아니다.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다. 구하는 방법도 없거니와 그 결과도 보장돼 있지 않다.

그렇지만 사랑은 생명, 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슬프고, 그러면서도 더욱 찬란히 빛나는 것이다.


■ 누구를 위해 사랑 하는가
소노 아야코 지음|홍윤숙 옮김|톨 펴냄|196쪽|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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