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누구를 위하여 올리나? 최저임금과 N포 세대
[조환묵의 3분 지식] 누구를 위하여 올리나? 최저임금과 N포 세대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8.07.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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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 <사진출처=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독서신문] “2019년도 최저임금 8,350원”

내년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2020년도 최저임금 1만원의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전년 대비 16.4%나 오른 올해 최저임금 7,530원에 이어 내년에도 10%가 넘는 인상률 때문에 벌써부터 시끌시끌하다. 특히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아우성이다. 노동계 역시 불만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공약도 사실상 2020년에 달성하기 어려워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와 맞물려 앞으로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노사정간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2000년대 들어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 세계 각국 젊은이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으로 많은 젊은이가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 유럽의 1,000유로 세대, 한국의 88만원 세대와 N포 세대가 등장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을 사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돈과 출세에 욕심이 없고 자동차나 사치품, 해외여행에도 관심이 없는 일본 청년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라는 뜻으로 마치 득도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희망 없이 사는 젊은 세대를 빗대고 있다. 1990년 버블 경제가 붕괴된 후 장기불황이 지속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속에서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필요 이상의 돈을 벌지 않고 낭비를 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1,000유로 세대란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한 달에 월급 1,000유로를 받아 근근이 생활하는 이탈리아 청년의 자조적 자화상을 그린 소설 『1,000유로 세대』에서 유래했다. 이 소설은 2005년에 발간된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까지 받고도 8년 간 식료품 가게에서 캐셔로 일한 프랑스 청년이 자신의 체험담을 담은 『캐셔의 고난』이라는 책을 2008년에 출간하면서 700유로 세대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1,000유로 세대라고 불렸으나,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더욱 악화되면서 700유로 세대로 명칭이 바뀐 것이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 유럽의 1,000유로 세대와 비슷한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는 취업난과 더불어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20대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이 세대는 2007년 경제학자 우석훈과 기자 출신 박권일이 함께 쓴 책 『88만원 세대』에서 처음 쓰였다. 88만원은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의 평균 소득비율 74%를 곱해서 산출한 금액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의 위상을 비유한 표현이다.

저자는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급격하게 격화되고 있는 세대간 불균형이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임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대기업이나 5급 공무원 이상의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20대를 위해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88만원 세대는 우리나라의 여러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 독식 게임에 희생된 불안 세대라 할 수 있다. 몇 년이 지난 후,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고 하여 3포 세대라고 불렸다. 최근에는 그것도 모자라서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도 포기한다고 하여 5포 세대라고 부른다. 안타까운 것은 여기서 더 나아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여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다 보니 지금은 이들 세대를 N포 세대로 통합해서 부른다. 올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것이 확실해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경제가 파탄 나고 국가와 민족이 멸망하고 말 것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가 저임금과 구직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젊은이의 좌절을 단순히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의 어깨에 우리나라의 장래가 달려 있다. 이들에게 꿈과 희망, 도전과 용기, 창의와 혁신을 불어 넣어주는 일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주52시간 근무제 실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은 어느 한 쪽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HR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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