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헤밍웨이, 공산주의 찬미해 FBI가 감시를?
[책 속 명문장] 헤밍웨이, 공산주의 찬미해 FBI가 감시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7.16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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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죽어서 존슨이나 조갑제 같은 자들에 의해 공산주의자로 몰려 다시 죽은 헤밍웨이가 살아생전에는 FBI에 의해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갑제는 FBI가 헤밍웨이를 공산주의로 몰아 죽였다는 사실을 아는지, 그런 억울한 누명의 죽음에 대해 다시 자신이 누명을 씌우는 것임을 아는지 알 수 없다. (중략) FBI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헤밍웨이가 생각한 것을 과거의 전기 작가들은 다음과 같이 피해망상이라고 썼다. (중략)

FBI의 미행을 받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중략) 어니스트는 당장에 정부의 스파이가 자기를 개인적으로 박해하기 위해 자기의 회계 감사를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망상이 아니었다. 그가 죽고 22년이 지난 1983년에 정보 공개법에 의해 공개된 『FBI 파일』에는 수사관들이 헤밍웨이를 조사했다고 적혀 있다. 그 2년 뒤엔 1985년에 나온 전기에서 저자 마이어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 “수사관들은 실제로 조사를 했다. 그리고 헤밍웨이는 이를 알고 있었다. (중략) 『FBI 파일』은 모두 127쪽이지만 ‘국가보안상 이유’로 일부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고, 공개된 부분도 검게 칠해져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이 적지 않다. 기록은 1942년 10월 8일에 시작돼 헤밍웨이 사후 13년째인 1974년 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은 제 2차 세계대전 중 쿠바에서 헤밍웨이가 활동한 바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의 상당수가 소위 ‘찌라시’ 수준이어서 미국의 국가정보기관이 수집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잡한 내용이 많다. (중략)

『FBI 파일』의 최초 부분은 헤밍웨이의 그런 활동에 대한 기록이지만, 1942년에 오면 그의 활동을 적대시하는 기록들이 나타나고 그를 공산주의자로 보고 감시하는 것으로 바뀐다. (중략) 그러나 『FBI 파일』은 1943년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나왔을 때 하바나의 공산당 기관지가 헤밍웨이를 배신자라고 비난한 것을 기록한 뒤 헤밍웨이에 대한 기록을 1954년까지 10년간 중단한다. 그 이유는 FBI가 헤밍웨이를 더 이상 공산주의자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략) 그가 다시 FBI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59년 카스트로가 쿠바를 장악한 뒤 카스트로를 지지하고 심지어 미국인이 아니라 쿠바인이라고 자처했던 탓이다.

헤밍웨이는 카스트로 혁명을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찬양하고 스페인 시민전쟁에서 이루지 못한 혁명의 꿈을 이룬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카스트로는 게릴라 전술을 구사할 때 언제나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들고 있었다고 하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다. 헤밍웨이가 스페인과 쿠바를 특히 좋아한 이유는 두 나라 모두 혁명의 열기로 가득 찬 나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 헤밍웨이를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29-32쪽>


『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 : 집시 아나키스트 헤밍웨이』
박홍규 지음|푸른들녘 펴냄|340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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