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원·몰카·미투’... 한국 페미니즘史 어디로 가나?
‘양예원·몰카·미투’... 한국 페미니즘史 어디로 가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12 18: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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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여권 신장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유명 유튜버 양예원이 폭로한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의 가해자로 지목된 스튜디오 실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페미니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7일에는 남성 누드모델을 불법촬영(몰카)한 혐의로 체포된 여성 가해자에 대한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며 공정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가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6만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한 가운데 개최됐다. 주최측 추산이 정확하다면 앞서 5월 19일 첫 집회(1만2,000명), 지난달 9일 두 번째 집회(2만2,000명)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여성이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공감하는 사람이 늘면서 집회 참가자 수는 갈수록 느는 추세지만, 일부 과격한 구호에 따른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포털사이트 ‘다음’카페에서 결성된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의 주최로 개최된 3차 집회에서도 과격한 구호는 계속됐다. “여성 경찰 비율을 9대 1로 만들어라”, “이철성 서울 경창청장 퇴진하고 여성청장 임명하라” 등의 기존 구호와 함께 이번 집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재기하라”는 새로운 구호가 등장했다. ‘재기해’는 2013년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사건을 빗대는 말로 온라인상에서 남성을 혐오하거나 모욕(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또 일부 순서에서는 일간베스트(일베) 등 극우성향 커뮤니티에서 문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는 표현인 ‘곰’(‘문’을 거꾸로 돌린 표현)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대통령 발언을 흉내 내면 관중이 야유를 보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해당 논란에 주최 측은 “사전적 의미에서 ‘문제를 제기하다’라는 뜻으로 ‘제기하라’는 구호를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이 말끔히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랜 시간 온라인을 기반으로 삼았던 페미니즘 운동이 갑작스럽게 거리로 나오면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그간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논쟁은 온라인을 위주로 전개돼 왔다.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책 『대한민국 넷페미史』에서 “PC통신의 등장으로 일반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페미니즘) 현실을 분석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이전의 논쟁이란 몇몇 지식인과 이론가가 주도하는 것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1990년대 초반 당시 3대 PC통신사인 하이텔과 천리안, 나우누리에는 각각 ‘페미니스트의 천국’, ‘여성학 동호회’, ‘여성학’이란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되며 페미니즘 논쟁의 장으로써의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당시 여성의 노출을 단속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여성논객 신정모라씨는 “노출단속에는 유방 시위로 맞서자”는 과격한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이 강남역 인근에서 벌인 가슴노출 시위는 20여년 전부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거론됐던 내용인 것이다. 

이후 페미니즘 논쟁은 ‘화냥년 아이디 삭제 사건’으로 주목을 끌었다. 해당 사건은 한 PC통신 유저(아이디:화냥년)가 온라인상에서 당한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지만 오히려 ‘아이디에 비하의 의미가 담겼다’는 이유로 PC통신 회사 측이 피해자 계정을 삭제 조치한 일이다. 이에 여성 유저들은 “‘변강쇠’, ‘정력왕’ 등의 아이디는 내버려 두고 왜 ‘화냥년’만 삭제하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급기야 3대 통신사 여성 게시판 운영자들이 모여 통신사에 재발방지 규정 마련과 여성 전용 대화방 개설을 건의해 끝내 요구를 관철시켰다. 

이처럼 우리나라 페미니즘 논쟁은 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군복무가산점제에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거의 모든 여성단체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으로 문을 닫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군 가산점제 위헌 소송을 제기했던 이화여대 여학생 5명은 온라인상에서 ‘이화오적’으로 불리며 무분별한 신상 털기의 대상이 됐다. 또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유저들 간에 군복무가산점제 찬반 논쟁이 가열되면서 일부 인원은 비방과 협박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1990년대에는 PC통신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웹진,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주의 인터넷 언론 창간이 줄을 이었다. 1998년 대표적인 페미니즘 웹진 ‘달나라 딸세포’가 창간돼 17개 웹진을 온라인으로 출판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2000년에 웹진으로 출발한 ‘언니네’는 이후 커뮤니티 사이트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오른 글을 모아 『언니네 방』, 『언니네 태그놀이』, 『언니들, 집을 나가다』 같은 책을 편찬하기도 했다. 특히 ‘달나라 딸세포’와 ‘언니네’ 사이트 내에서 문제가 돼 ‘화장실 게시판(똥과 같은 콘텐츠란 의미)’에 모아뒀던 게시물은 이후 일간베스트(일베)같은 커뮤니티 탄생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페미니즘 언론으로는 2004년 창간한 ‘일다’가 대표적이다. 일다는 출판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어 『나, 독립한다』, 『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처럼 페미니즘 단체의 움직임은 계속됐지만 어디까지나 온라인과 출판물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태도에 그쳤고, 이 때문인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그런 흐름은 2016년 트위터에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요’라는 글을 남기고 IS(이슬람국가)에 합류하기 위해 터키로 떠난 김군 사건이 발생하면서 변화를 맞았다. 해당 사건으로 ‘페미니즘’이란 키워드는 포털 키워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2016년 하반기에는 트위터를 기반으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OO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면서 대중에게 페미니즘 개념을 인식시켜 나갔다. 또 2018년 사회 전반에 걸쳐 불어 닥친 ‘미투 운동’도 페미니즘 운동의 불을 키웠다. 그리고 그 불길은 여성이 거리로 나와 직접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데 이르렀다. 

평등한 관계에서의 남녀 상호공존을 추구하는 페미니즘 본연의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인 ‘백래시(backlash)'가 극성이다.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와 같이 남성에게 받은 혐오를 그대로 돌려주자는 이른바 ‘미러링’처럼 말이다. 복수는 복수를 반목은 반목을 낳을 뿐이다. 모처럼 만들어진 페미니즘에 대한 공론의 기회를 잘 살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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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2018-07-14 09:25:30
꼬리짜르기 하려고 길게도 기사 내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