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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와 국정원, 그 무자비한 사찰·인권유린의 역사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잠잠하더니 이번에는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다.

지난 6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시위 진압을 위한 계엄령 선포와 위수령 발령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무사의 세월호 사건 관련 사찰이 알려진 후 4일 만이다.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의 지난 2일 발표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 관련 TF를 조직해 진보진영 집회 정보를 보수단체에 제공하고,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개인정보와 성향을 파악한 혐의가 있다.

국정원이 업무 특성상 제공되는 특수활동비를 청와대 측에 지원한 혐의와 4대강 사업 민간인 사찰 활동 혐의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내 정치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불법 행위로 논란을 빚고 있다.

국정원과 기무사로 대표되는 한국의 정보기관은 그 창설 초기부터 지금까지 갖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한성훈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논문 「권력의 중심에 선 정보기관 : 국군 기무사령부와 국가정보원」에서 “현대사에서 정보기관은 정치의 중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의 권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정치의 한 축을 정보기관이 담당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기무사의 시초는 미 군정에 의해 1948년 육군정보국 정보처 내에 설립된 특별조사과(이후 방첩대, CIC, 방첩부대, 육군보안사령부, 기무사 순서로 이름 변경)다. 본래 업무는 군사기밀의 보안 지원, 방첩활동, 군 및 군 관련 첩보 수집·처리, 특정범죄 수사 등이다. 기무사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 그 본래 설립 목적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된 계기는 1948년 10월 19일에 일부 군인들이 제주도 4·3사건 진압 출동을 거부하고 무장봉기한 여순사건이었다. 1950년 6·25 전쟁 때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민간인에 대한 무제한적인 수사 권한을 얻게 됐다. 이때 기무사는 ‘사상이 의심스러운 민간인’에 대한 검거와 처벌을 주도했다. 대구, 울산, 김해, 부산 등지에서는 직접 처형도 수행했다. 이후 전쟁을 계기로 민간인의 사상 문제를 주요 업무로 다루게 됐고, 이승만 정권의 정치도구로 전락해갔다.

1960년 4·19혁명과 곧이어 들어선 장면 정부에 의해 규모와 업무가 축소됐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는 다시 기무사를 정치권력의 중심에 서게 했다. 당시 박정희 소장의 명령에 따라 이철희 방첩부대장은 혁신정당 관련자와 지식인, 노조 지도자, 사회단체 간부 등 정치적 반대세력과 좌익활동 관련자들을 연행하고 구금했다. 이후 1979년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등을 주도하고 간첩 조작 사건과 야당 탄압, 언론통폐합등을 위한 공작에 나섰다. 또한, 학생운동에 가담한 사람들을 군대에 입영 조치한 후 사상을 바꾸겠다는 ‘강제징집 녹화사업’을 실시했다. 노태우 정권 때는 1989년 계엄령이 선포될 것을 대비해 반정부 인사 923명의 목록을 만들고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전원 검거하려는 ‘청명계획’을 세웠다. 이후 기무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조선대 교수에 대한 이메일 해킹, 같은 해 촛불시위 관련자 사찰,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자 사찰, 2012년 대선 개입 혐의를 받아왔다.

1961년 6월 창설된 중앙정보부(이후 국가안전기획부, 국정원 순으로 이름 변경)는 기무사와 협조 관계로 발전해 국민 인권을 유린했다. 중앙정보부는 창설 당시 김종필이 중심이 돼 쿠데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 창설된 해 제정된 ‘요시찰인업무조정규정’으로 얻은 민간인에 대한 수사 권한이 중앙정보부의 힘이었다.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에 반대한 야당 인사들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발표한 동백림사건이 대표적이다.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 이름이 바뀐 후에도 민간인 사찰이 계속됐다. 1982년에는 차모씨를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해 자신이 간첩이라는 거짓 진술을 받아냈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부부싸움을 간첩사건으로 매도한 ‘수지 김’ 사건을 만든 것도 안기부였다. 2007년 국정원 발전위원회는 정치, 사법, 언론, 노동, 학원, 간첩 분야에서 국정원이 불법·부당하게 개입한 사례를 밝혔지만, 그 후 이명박 정부 때도 MBC 직원을 사칭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법원의 재판과 검찰수사에 관여하거나 언론 대책회의와 노동조합·시민사회단체 탄압 등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권 때는 대선개입 혐의, 대기업을 협박해 보수단체에 지원하게 한 혐의 등을 받았다.

끊임없이 드러나는 기무사와 국정원의 적폐들은 이런 역사의 연장선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보기관은 지도자의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정권 유지 수단으로 변질해왔다. 그리고 그 변질에는 국민 인권이 짓밟히는 결과가 따랐다. 이제라도 국민의 안녕을 위해 기무사와 국정원의 본질적 개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김승일 기자  present33@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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