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사태·여고생 투신, ‘자살’은 답이 아니다
아시아나 사태·여고생 투신, ‘자살’은 답이 아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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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아시아나 항공기에 실릴 기내식 공급 차질로 ‘기내식 대란’이 이는 가운데 기내식 공급 업체인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최근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기내식 납품 준비에 매달렸으며 ‘기내식 대란’으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에는 서울 노원구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여고생 2명이 학교 인근 15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한 소식이 이어졌다. 경찰은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투신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큰 좌절이나 시련과 마주할 때 죽음을 출구로 삼는 이들의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월드컵 승부결과를 예측하는 스포츠 복권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재산을 탕진한 이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으면서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산동성, 장수성 등 일부 지방 정부는 “자살의 유혹을 이겨내라”고 입장문을 발표하는 한편 투신 가능성이 있는 고층 건물 옥상에 폐쇄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자살 뉴스는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2018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자살사망자수는 1만2,092명으로 전년 대비 421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부터 집중적으로 추진한 자살예방 정책으로 자살률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자살률 평균인 12.1명을 크게 웃도는 25.6명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36명, 매 40분마다 1명이 자살로 숨지는 셈이다.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6.5조원 규모로 5대 사망원인 중 암(14조원)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자살한 당사자의 미래소득 감소분만 고려한 것으로 사망에 이르지 않은 자살 시도로 인한 외상·후유증 치료비, 자살 유가족 신체·정신 질환 치료비 등을 고려하면 자살의 사회적 비용은 더욱 높아진다. 

자살의 또 다른 폐해는 유가족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2002년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은 슬픔과 상실감뿐만 아니라 망자의 죽음에 대한 자책까지 더해져 극심한 심리·사회적 고통을 경험하면서 일반인에 비해 자살 위험이 8.3배나 높다. 또 2016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자살유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가족은 ▲대인관계 단절 또는 회피(72.2%) ▲우울·의욕 저하(75%), 호흡곤란·두근거림(59.7%) ▲자살 고민(43.1%) 등의 고통을 경험했다. 복지부는 매년 1만3,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8만명 이상의 유가족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높은 자살률에는 우리나라의 낮은 사회통합력과 문화적 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심리학자인 토머스 조이너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는 책 『사람들은 왜 자살하는가?』에서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은 사회적 지지를 통해 강화될 수 있으나 이혼 등의 공동체 파괴로 인한 가족 유대감 상실과 공동체 의식 저하가 자살충동의 원천”이라고 지적한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도 자살률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6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지만 그중 22.2%만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정신과 질병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병을 숨기기에만 급급하다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는 것이다.

자살 위험자와 그를 대하는 편견 개조작업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자살 위험자 주변인의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QPR자살예방연구소 육성필 소장은 책 『자살심리치료의 실제』에서 “자살위기개입자의 이해와 공감, 관심이 가장 강력한 치료제”라며 “그것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적인 대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살 위기자를 포용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포용하려는 마음에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결정적인 묘수를 제공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현재 정부는 민간 기관과 협력해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등을 운영하며 자살예방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급할 경우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삶에 고난에 힘겨워하는 당신에게 우리 사회는 “당신은 존재만으로도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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