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1961년 2월 서울대학교 구내서점으로 향하는 첫 출근길에서 시작해 2018년 현재까지, 57년 세월을 책과 함께하는 출판인으로 살아왔다. 곁눈질을 하거나 머뭇거린 시간은 없었다. 이것만이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앞만 보며 달려왔다. 출판인이 아닌 시절이 17세까지였으니, 반평생을 책과 함께였다는 말이 모자랄 지경이다. 앞으로도 책 만드는 일에 매진할 각오이니, 삶 대부분을 출판에 바쳐 왔다고 말해도 잘못은 아닐 것이다.
57년 시간 속에서 많은 출판계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진실한 사람들과는 오랜 인연을 이어 왔다. 때로 협력해서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성공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내가 경험했던 성공과 실패는 또한 우리 출판계의 공동 자산이었다.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다.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어왔던 사람들이 바로 한국 출판계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내가 57년 출판 인생을 책으로 기록하고자 했을 때, 개인적인 자서전을 펴내고 싶은 마음만은 아니었다. 한국전쟁 후 모든 분야가 불모지에 가까웠던 시기에, 우리 출판계가 기틀을 잡고 단단히 뿌리내리고 무성한 잎들을 키워, 마침내 알찬 열매를 맺는 과정이 내 자서전에 조금이나마 담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한 분야에 오래 몸담게 되면 그 시간들은 자연히 해당 분야의 역사 자체가 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을 버틴 내 근성 하나만은 자랑하고 싶다. 덕분에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 왔고,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출판계에서 보낸 시간의 기록들, 출판인으로서 쓴 글들과 공기관에 보낸 문서들, 언론에 발표한 기고문들, 내 글은 아니지만 출판계를 다룬 언론 기사들, 그리고 개인적인 인생의 기록으로 이뤄져 있다. 출판인이라면, 내 경험과 기록들이 선배의 조언이라는 역할 정도는 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출판계에 그동안 어떤 쟁점들이 존재했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도 살필 수 있다. 이 책이 출간되는 2018년은 정부가 지정한 ‘책의 해’다. 이 행사를 계기로 어려운 출판계의 현실이 어느 정도 개선되기 바란다.
■ 강희일, 책과 삶
강희일 지음|다산출판사 펴냄|536쪽|10,000원